[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왔다. 하지만 애플 맥(Mac) 컴퓨터 사용자의 불만은 올해도 하늘을 찌른다. 비단 맥 사용자 뿐만 아니라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등의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때문이다. 지난 15일부터 국세청은 연말정산에 필요한 공제자료를 한 곳에서 조회할 수 있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윈도 운영체제(OS)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써야만 한다. 물론 IE를 쓴다고 해도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보다 IE만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더 크다. 편리함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지만, 정작 이용자들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IE 7 이상으로 접속해야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브라우저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를 볼 수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국내 브라우저 점유율 중 가장 높은 것은 구글의 크롬이다.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포함해 52.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IE는 22.06%에 불과하다. 사파리는 8.54%, 파이어폭스도 1.57%다. 연말정산을 주로 PC에서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데스크톱 웹브라우저에서도 크롬 점유율은 55.25%로 IE에 비해 훨씬 높다.
이처럼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왜 국세청은 IE만 지원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또 다시 액티브X라는 이슈로 귀결된다. 2014년 천송이 코트 이슈로 액티브X를 걷어내자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공공기관의 대응은 늦었다.
현재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 로그인하기 위해서는 본인확인용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이를 컴퓨터에서 읽어들이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전자서명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공인인증서 자체는 액티브X 의존성을 버린지 오래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공인인증서 전자서명용 프로그램은 다양한 OS와 브라우저 환경을 지원한다. 실제로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시중은행 대부분은 브라우저에 상관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세청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약 2300억원을 들여 3년 간 구축한 ‘차세대 국세통합시스템(TIS)’이 2015년 오픈하면서 IE만 지원하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IE의 점유율이 높았기 때문에 굳이 별도의 비용을 들여 다른 브라우저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크롬 브라우저 역시 액티브X와 유사한 NPAPI라는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은 가능했지만 2015년 보안 취약성을 이유로 이 기능을 제거했다. 다만 구글은 2014년부터 NPAPI 지원을 중단한다고 예고했던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어찌됐든 또 다시 이러한 이슈가 불거지자 국세청은 올해 말까지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서 액티브X를 걷어내고 멀티 브라우저를 지원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있지만, 국세청의 공언대로라면 내년 이맘때 연말 정산 시즌에는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다른 브라우저로도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과연 내년엔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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