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 일환으로 추진돼온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육성 사업이 국정 농단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핀테크 지원 및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내년도 운영 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됐으며 21일부터 시작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은행법 개정안 2건과 특례법 2건 등 법안 심사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그동안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의 마중물이 돼왔고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혁신의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됐었던 만큼 금융권과 관련업계는 이번 사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불똥=지난 2년여 간의 정부 지원 및 업계의 노력으로 국내 핀테크 시장은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내 핀테크지원센터는 지난 10월까지 국내 핀테크 기업의 발전과 지원을 위해 ‘핀테크 데모데이’를 12회에 걸쳐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1월에는 국내 핀테크 기술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핀테크 데모데이 인 실리콘밸리’를 개최하기도 했다.
핀테크지원센터를 통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핀테크 스타트업과 교류를 넓힐 수 있었고 이 경험을 통해 각 금융사들이 자체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들 역시 초기 부족했던 금융권에 대한 비즈니스 정보와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핀테크지원센터에 지원 나왔던 금융권 담당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금융사들이 눈 여겨 보던 일부 스타트업들은 금융사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픽업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내년도 운영 예산(도비) 15억원 가운데 7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6년도 예산 63.2억원 중 국비 16.6억원, 도비 15억원, KT 31.6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와 맞물려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될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앞으로의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국비가 통과되면 내년 추경에서 나머지 예산을 증액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예산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KT의 예산 지원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에 대한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 여부가 문제로 불거지면서 KT는 물론 다른 대기업의 운신폭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핀테크지원센터 운영이 어려워지더라도 핀테크 육성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만큼 성장동력 상실까지는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각 금융그룹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혁신 비즈니스 모색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번 돌기 시작한 톱니바퀴가 멈춰서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정KPMG 스타트업지원센터 윤권현 센터장은 “금융기관의 핀테크 육성은 상시조직화 되고 커질 것이다. 기존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외부와 내부를 끊임없이 융합해야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믿고 있는 만큼 단기간의 트렌드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한 법안 통과=인터넷전문은행의 정상적인 출범도 어려워 보인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마지막날에도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은 배제된 채 나머지 법들이 의결됐다.
정무위는 지닌 21일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인터넷은행 출범과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 2건과 특례법 2건 등 경제·금융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넘겨야 정무위 전체 회의, 법사위원회,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새누리당 강석진·김용태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50%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각각 내놓은 특례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34%까지 완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되지 못하고 마무리되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소위 일정을 다시 잡거나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논의 자체는 가능하지만 12월 2일, 아니면 9일 국회 차원의 탄핵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이들 법안이 다시 논의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탄핵 추진 일정 이르면 다음 달 2일, 늦어도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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