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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더 가치 있게’…파괴적 혁신 정조준한 인텔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현재 인텔은단순히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그 중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드론까지 포함되어 있다.

왜 인텔은 이렇게 많은 분야를 공략하고 있을까. 당연히 새로운 성장 동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업계가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령 인텔이 PC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중앙처리장치(CPU)에 걸맞은 주변 장치를 개발하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야 여러 가지 대안이 많았으나 각 요소, 그러니까 CPU부터 메모리, 그래픽카드, 보조저자장치 등을 연결하는 핵심 칩셋은 모두 인텔이 만들어야 했다.

흔히 기초가 되는 설계인 레퍼런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역점을 뒀고 이는 수많은 업체가 PC를 손쉽게 설계해 시장에 빨리 내놓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마찬가지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꾸준하게 전략을 추진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IoT만 해도 그렇다. 많은 곳에서 IoT 개발자를 확보해 고유의 플랫폼을 내밀고 있으나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런 작업을 해온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개발자 생태계 구축에 있어서 인텔은 4년 전부터 커뮤니티를 활성화했으며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IoT는 복잡하고 다양하고 분화된 시장이다.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이고 공략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수반된다. 결국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정의하는 것이 성공을 좌우한다.

그래서 인텔이 주장하고 있는 ‘성장의 선순환(Virtuous Cycle of Growth)’은 그저 인텔이 만드는 제품을 당연히 써야 한다거나, 인텔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거나, 무조건 정해놓은 길로 다녀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이해당사자와 요소가 궁극적인 목적에 가장 빨리 접근하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복잡성이 가중될수록 이를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진입장벽 자체가 높아지면 해당 산업은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식하는데 역량을 쏟게 된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계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10여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고작 3개만 남아있고 그나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급격히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들은 10년 전부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왔다. 아무리 낸드플래시 가격이 저렴해지더라도 HDD를 넘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지만 변곡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HDD 업계는 SSD를 인정하고 공존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인텔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모두 성공하거나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향성, 바꿔 말하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일본 기업이라면 플랫폼보다는 기술에 집중하겠지만 인텔의 경우는 상황이나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빠른 혁신, 파괴하면서 재창조=인텔은 플랫폼을 구축하면 그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만들고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봐야 한다. 가량 올해 인수합병(M&A)한 기업의 면면을 보면 VR을 위한 모비디우스, AI에서는 너바나, 드론의 경우 어센딩과 마빈치가 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협력까지 고려하면 거미줄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중요한 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텔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일방적인 노선을 걷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드론 스타트업을 인수했다고 해서 인텔 CPU를 장착한 드론을 판매, 이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단순한 차원은 아니라는 얘기다. 엔터프라이즈의 근간이 되는 제온 CPU 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텔코리아 나승주 상무는 “어떤 제품도 마찬가지인데 하나를 만들어서 생명주기를 유지하기까지의 비용이 더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몇 년 전부터 CPU 코어 위에 고객의 설계자산(IP)을 심어서 제공하고 있다. 제온은 가짓수를 정할 수 없는 라인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돈이 어느 정도 되겠지만 CPU처럼 대량생산되는 제품에 고객사의 IP를 별도로 내장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수익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한다. 어떤 의미로는 파괴적 혁신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많은 기업이 ‘파괴할 것인가, 파괴당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스스로 파괴하면서 혁신을 꾀하는 방식은 선택하기 어렵다. 컨슈머와 엔터프라이즈에 걸쳐 CPU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넘치는 하드웨어서 자원을 다른 형태로 전환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CPU를 잘 만들어서 팔아치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불편하게 이럴 필요가 없다. 가격만 잘 조절하면 된다.

나 상무는 “인텔의 방식으로 전략을 구현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역량만 가지고는 모든 것을 다 맞출 수는 없다”며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종합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고객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서비스로 유연한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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