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맹호위서(猛虎爲鼠)’라는 말이 있다. 사나운 범이 쥐가 됐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원문은 ‘임금이 신하를 잃으면 용이 물고기 됨과 같고(君失臣兮龍爲魚) 권세가 신하에게 돌아가면 임금은 범이 쥐 되듯 한다네(權歸臣兮虎變鼠)’라는 한시다. 즉 임금도 권위를 잃으면 신하에게 꺾임을 비유한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겉으로 보이는 통신사의 모습은 합법의 테두리에서 시장의 질서를 지키며 경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만연하던 불법 지원금과 과당 경쟁은 거의 사라졌다. 한강 위에 떠 있는 오리 배와 같다. 보이는 쪽은 합법이지만 보이지 않는 쪽에선 불법의 여지가 남아있다.
정부가 하는 역할은 수면 아래서 일어나는 탈법을 단속하는 일이다. 단속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일관성과 실효성이 중요하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도 정부의 규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권위를 상실한 정부는 종이호랑이다. 올해 들어 이런 모습이 여러 번 드러난다. 한계를 인정한 뒤에도 수정은 없다.
가장 가까운 예는 LG유플러스의 ‘유통점 법인영업 단말기유통법 위반행위’에 대한 방통위의 조치다. LG유플러스에 대한 조사는 올 상반기에 이뤄졌다. LG유플러스는 6월1일과 2일 본사 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대표이사와 방통위 담당 공무원과 식사가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방통위 위원장과 LG유플러스 대표와 사적 관계도 주목을 받았다. 방통위는 당시 해당 공무원을 부적절한 처신을 이유로 다른 곳으로 발령을 냈다. LG유플러스에 대한 엄정한 처벌도 공언했다. LG유플러스가 이 건으로 받은 징계는 과징금 18억2000만원 법인 영업정지 10일이다. 조사방해에 따른 과태료는 LG유플러스 법인 750만원 임직원 3명 각 500만원이다.
법인 영업은 개인 영업과 달리 회사와 회사의 계약이다. 계약 시기를 조절하면 영업정지는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무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 비용은 20억원이 채 안 된다. 조사를 성실히 받는 것이 바보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단말기유통법 시행령의 한계라지만 시행령을 정한 이들은 그들이다. 개정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이다. LG유플러스의 다단계판매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시도에서 보여준 공정거래위원회 모습도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맹호위서는 레임덕의 다른 말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 방송통신분야 레임덕은 정부가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