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내 금융권은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이나 고성능컴퓨팅(HPC), 새롭게 부상하는 핀테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최근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중 하나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국내 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선 다양한 활용 사례가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예를 들어 대만계 증권회사인 유안타증권(구 동양종금증권)은 주식시장의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파생상품을 검증하고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했다.
또 전북은행과 P2P 금융플랫폼을 제공하는 피플펀드에게는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유안타증권에서 장외파생상품 운용팀을 이끌고 있는 추정호 박사는 “보통 500개의 상품이 있다고 했을 때, 주식 시장 상황에 따라 약 50개의 시나리오가 나온다”며 “대략 2만5000개의 시나리오를 기존 IT인프라로 계산하려면 1개 시나리오당 1분이 걸린다고 했을 때, 총 3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주식거래시간 중 3시간을 이 시나리오 분석에만 할애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재 중요한 시나리오만 계산하고, 나머지 계산은 주말 등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같이 시장변동성이 클 때 계산해야 할 시나리오 수는 더 늘어난다.
그는 “이번 브렉시트 사태나 지난해 여름 홍콩항셍지수(HSCEI)가 급락했을 때처럼 시장 변동성이 클수록 계산을 위해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컴퓨팅 파워가 요구된다”며 “이럴 경우에는 IT인프라에 얼마만큼 투자해야 할지도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유안타증권에선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이러한 시나리오 계산에 활용했다. 다만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한 것은 아니다.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을 때를 대비해 테스트를 한 것이다.
특히 비용절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팟 인스턴스’를 활용해 테스트했다. 현재 AWS는 사용한만큼만 과금하는 ‘온디맨드 인스턴스’와 1~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할인율을 높여주는 ‘리저브드 인스턴스’, 남는 자원에 대해 입찰을 통해 제공하는 ‘스팟 인스턴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스팟 인스턴스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잉여자원에 대한 입찰을 실시해 제공하는 다소 특이한 형태의 요금제다. 흔히 사용되는 ‘온디맨드’ 요금에 비해 최대 90% 가량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수요가 많아져 더 높은 금액으로 입찰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 서비스는 종료될 수 있다.
AWS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스팟 인스턴스를 쓸 경우 500코어 정도를 월 50~100만원에 쓸 수 있다”며 “특히 병렬화를 통해 가격을 가격을 투자했을때도 더 짧은 시간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HPC와 궁합이 잘 맞다”고 강조했다.
추 박사는 “기존 IT인프라에서 128코어를 사용해 2시간이 걸리던 계산이 AWS에서는 EC2(가상서버)의 504코어를 사용해 30분으로 단축됐다. 즉 4배가 빨라졌다”며 “반면 가격은 스팟인스턴스를 일부 활용해 비용은 1/10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50개 시나리오를 더 만들어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플펀드의 경우,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단기간에 핀테크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피플펀드의 은행통합형 P2P 시스템은 인프라와 금융제도는 은행(전북은행)이, 금융IT기술과 신용평가, 모객 및 매칭은 피플펀드가 진행하는 형태다.
김대성 피플펀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피플펀드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며 빠른 실행력이 필요했지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보안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때문에 서버나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겨도 서비스가 지속되는 이중화 구성이나 보안을 고려한 네트워크 구성이 필수였다.
이를 위해 피플펀드는 AWS 내에 독립적인 네트워크 공간인 ‘VPC(버추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통해 활용했다. 또한 원하는 방향에 맞춰 인터넷 게이트웨이와 VPN, 디렉트 커넥트(전용회선), VPC 피어링(타 VPC 연동) 등의 인터페이스를 추가하고, 서브넷과 루트 테이블, 네트워크 ACL 등을 이용해 다양한 보안설정이 가능했다. 인터넷 게이트웨이를 통해선 고객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고 VPN을 통해 자체적인 관리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디렉트 커넥트를 통해선 타기관과 전용회선을 연결했다.
김 CTO는 “물리적 위치 이중화는 물론이고 8개의 서브넷 운영, 원하는 외부 인터페이스 연결, 웹 캐시나 웹 방화벽, SSL 인증서 등 스타트업으로는 하기 힘든 구성을 적은 비용으로 쉽게 구축할 수 있었다”며 “초기 비용 고민 없이 서버와 네트워크 구성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이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AWS코리아 측은 “올 초 한국에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을 오픈하자마자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이 금융권”이라며 “미국의 경우 금융규제감독기관인 핀라(FINRA)조차 이상징후(사기감지) 분석을 위해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WS 마켓플레이스의 금융권 카테고리에는 이미 925개 이상의 독립소프트웨어벤더(ISV)의 2700개 이상 소프트웨어가 제공되고 있으며, HPC나 금융관련솔루션도 90여개 이상이 등록돼 있다는 설명이다.
정우진 AWS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사업개발 담당 이사는 “최근 금융권에서도 어떤 프로젝트에 클라우드를 도입했을 때 도입이 클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우선 개인정보가 없는 홈페이지 등 쉽게 클라우드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에 검토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언한 국내 금융권의 클라우드 적용 시나리오는 ▲웹사이트와 모바일앱 ▲글로벌 인터넷 뱅킹 ▲빅데이터 기반 데이터 분석 ▲백업복구 ▲HPC 컴퓨팅 등이다.
정 이사는 “‘디지털 뱅킹’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은행도 기술회사(tech company)로 진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어디서부터 바꿔야할지 고민해야 하며, 이 근간에는 클라우드와 같은 새로운 IT트렌드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