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왕국 닌텐도가 흔들리고 있다. ‘슈퍼마리오’와 ‘젤다의전설’ 등 세기의 게임으로 유명한 이 업체는 한때 업계 롤모델로 거론됐지만 수년전부터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세가 된 모바일게임 시장 대응에 뒤처지면서 창립 3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시장 부침을 겪는 중이기 때문이다.
올 초 연간 실적 전망 하향과 브라질 지사 철수 등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더니 급기야 한국닌텐도까지 구조조정을 거쳤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졌다. 지금은 15여명만 남았다고 하니 지사라기보다 이제 연락사무소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지사 철수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이른 얘기다. 기존처럼 국내 서비스를 이어간다는 게 한국닌텐도의 입장이나 이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쉬운 점은 한국닌텐도의 이 같은 구조조정이 예상된 바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구조조정 소식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작년에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왔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만큼 닌텐도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본사도 침체를 겪고 있는데다 한국닌텐도는 무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4월, ‘슈퍼마리오의 아버지’로 유명한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전무가 방한했던 때가 기억난다. 닌텐도가 연간 450억엔의 영업손실을 예상할 당시였다.
미야모토 전무는 스마트폰게임 개발 계획이 없느냐는 미디어의 질문에 “우리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었다. (지금도) 스마트폰에 없는 것을 만들고 있다”면서 “스마트폰게임의 출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고집스런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는 비판과 함께 ‘뚝심’, ‘이유 있는 고집’으로도 비쳐졌으나 돌이켜보면, 닌텐도의 오판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닌텐도 역시 모바일게임 시장 대응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어디로 가지는 않았다. 얼마 전 출시한 닌텐도의 첫 모바일게임 ‘미토모’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앞으로 닌텐도는 콘솔기반 게임을 모바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간다. 이들 게임을 기반으로 모바일 이용자 생태계도 구축한다.
닌텐도는 지난 2015년 기준 매출 19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증권시장에 상장된 전 세계 게임기업 가운데 매출 11위다. 2014년 기준 9위에 올랐을 때도 위기라는 평가였지만 해를 넘기더니 실적이 더 떨어졌다.
이제 닌텐도를 쫓았던 넥슨이 매출 12위로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닌텐도의 연이은 실적 하락과 넥슨의 성장세가 겹친 결과다. 비상장기업 슈퍼셀을 매출 순위에 포함시키면 전체 9위다. 이 업체는 ‘클래시오브클랜’ 등 모바일게임 3종으로 지난해 2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 닌텐도의 위기가 조정기를 거치는 것인지 몰락의 전조인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분명한 것은 이제 닌텐도를 쫓는 게임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슈퍼셀이나 킹(King)으로 바뀌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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