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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에 기대감 커진 F램과 P램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강유전체 메모리(Ferroelectric Random Access Memory)는 전원이 끊어져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일종이다. 기억 소자에 강유전체 커패시터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재기록하고 높은 내구성과 낮은 전력소비량이 특징이다. 인텔이 올해 상용화하는 ‘3D X(크로스)포인트’는 상변화 메모리(Phase Change RAM)의 일종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메모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낸드(NAND)나 노어(NOR)와 같은 플래시 메모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도체에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한 데이터를 수정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대표적인 휘발성 메모리인 D램은 속도나 용량, 가격은 만족스러웠으나 전원이 나가면 저장된 데이터도 함께 사라졌다. 이후 EEPROM(electrically erasable program mable read-only memory)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원하는 작업이 가능해졌으나 용량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보급에 발목을 잡았다. 성능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낸드플래시가 활성화되기 이전 과도기적으로 D램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한 적도 있었다. 속도와 성능은 더할 나위가 없었지만 D램의 특유의 특성으로 계속해서 전원을 공급해야 했지만 말이다.

비슷하게 EEPROM 대신 SRAM(static random access memory)을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됐다. 전력소비량이 낮으면서도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나름대로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램보다 전기는 덜 먹었지만 어쨌든 휘발성 메모리이고 원가측면으로 보면 EEP ROM과 비교했을 때 딱히 낫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이런 고민은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D램만큼 충분히 빠르고 낸드플래시만큼 저렴하면서도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F램이 처음으로 이름을 내민 것은 지난 1987년 국제전자소자회의(International Electron Device Meeting, IEDM)부터였다. IEDM은 국제고체회로학회(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 Conference, ISSCC), VLSI(Very Large Scale Inte gration)와 더불어 세계 3대 반도체 학회로 꼽힌다. 당시 용량은 512비트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에는 16킬로비트(Kb)로 늘어났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관련 논문이 발표됐다.

F램의 가장 큰 장점은 EEPROM과 비교해 가격을 제외하고 용량은 물론이거니와 데이터 다시쓰기, 내구성, 전력소비량에서 앞서 있다는 사실이다. 64Kb 용량의 데이터를 다시쓰기 했을 때 20MHz로 작동하는 EEPROM과 비교하면 780배 더 빠르다. 다시쓰기 횟수도 EEPROM이 1초간 100회 데이터를 다시 쓴다면 3시간 만에 수명이 다하지만 F램은 325년이나 버틸 수 있다. 전력소비량은 EEPROM이 2.7밀리와트(mW), F램이 0.027mW로 100배 정도 낮다.

F램의 핵심은 역시 강유전체 그 자체에 있다. 강유전체는 말 그대로 강유전성(Ferroelectric)을 가진 재료를 뜻하는데, 외부에서 전기장이 가해지지 않아도 전기적 분극을 유지하는 자성을 가지고 있다. 전기적 분극을 유지한다는 것은 극성을 바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본 구조인 ‘0’과 ‘1’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플래시 메모리와 같이 전기가 없어도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부적으로 살피면 D램과 거의 동일한 구조(1개의 트랜지스터, 1개의 커패시터)를 가지고 있어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르다. 셀에 이용하는 강유전체 재료로는 주로 ‘티탄산 지르콘산 연(PbZrTiO3, PZT)’이 주로 사용되다가 하프늄(Hf)과 산소(O)을 결합한 산화하프늄(HfO2)이 생각보다 괜찮은 소재로 재조명받고 있다. 무엇보다 박막의 두께를 7~12nm으로 줄일 수 있어 대용량 F램 상용화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P램의 가능성, 올해 판가름
인텔과 마이크론은 작년 7월 낸드플래시보다 빠르고 내구성이 높은 새로운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인 ‘3D X포인트’를 발표했다. 업계에선 해당 기술이 차세대 메모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P램의 일종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가지면서도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기존 낸드플래시 대비 1000배 빠르다고 주장한 점이 그렇다. 척 브라운 인텔 SSD 솔루션 아키텍트(박사)는 “1000배 빠르다는 얘기는 메모리 셀에서 데이터에 접근할 때 발생하는 지연시간(Latency)이 줄었다는 의미”라며 “데이터를 주고받는 대역폭(Bandwidth)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P램은 ‘상(相)’ 변화 물질에 전류를 가하면 물질의 일부분이 결정질에서 비결정질로 변하고 이에 따른 저항 차이를 이용해 ‘0’과 ‘1’로 정보를 구분한다. 재료로는 게르마늄(Ge), 안티모니(Sb), 텔루늄(Te)이 결합된 ‘게르마늄 안티몬 텔룰라이드(Ge2Sb2Te5, GST)’가 대표적이다. 기존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공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덕에 생산 공정 전환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는 전류가 흐르는 비트라인(BitLine, BL)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워드라인(WordLine, WL)의 각 교차점(크로스포인트)에 메모리의 최소 단위인 셀이 위치한다. 기존 낸드플래시의 경우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블록 내 워드라인 한 줄을 다 훑어야 했지만 인텔과 마이크론이 소개한 신기술은 각각의 셀에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데이터 접근이 더 빨라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플로팅게이트를 새로운 물질로 대체했기 때문에 이 메모리에는 트랜지스터가 없다. 데이터에 접근할 때 트랜지스터를 거치지 않으므로 기존 대비 지연시간이 줄어드는 원리다.

수명이 길어지는 것도 플로팅게이트와 관련이 있다. 플로팅게이트는 절연 산화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전자를 자주 넣고 빼면 절연 산화막에 손상이 생기고 결국 해당 셀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텔은 새로운 물질을 적용했고 여러 번 재기록이 가능하도록 했다.

새로운 물질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기존 메모리 기술을 활용한 눈속임이라는 의견에서부터 ‘탄소나노튜브(CNT)’나 탄소 원자가 5각형과 6각형으로 결합한 축구공 모양의 저분자인 ‘풀러렌’이 사용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새로운 물질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구조 자체는 P램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일부 새로운 소재를 적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어떤 형태라도 현재 주력으로 쓰이고 있는 낸드플래시와 비교했을 때 원가절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램이나 P램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메모리 업계가 D램과 낸드플래시 위주로 성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생각지 못했던 소재와 접근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메모리 경쟁은 올해부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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