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한주엽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 2013’을 개최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8년만에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4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각 부문별 대표와 사장 등이 총출동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지난 2009년 삼성전자가 세운 경영 목표인 ‘비전2020’에 대해 다시 한 번 소개했다. 오는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한화 약 426조원), IT 업계 1위, 글로벌 5대 브랜드, 존경받는 기업 10위 등이 구체적인 목표다.
삼성전자가 IR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향후 주가와 시장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현장에서도 향후 사업전략을 확실하게 밝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기대와 달리 전반적인 내용에 있어 예상과 큰 차이가 없어 실망했다는 의견이 교차됐다.
◆인수합병(M&A) 적극적 추진=삼성전자 이상훈 경영지원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적극적인 M&A에 대해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핵심역량은 시설과 장비(카펙스), 연구개발, 특허, 마케팅, 인적자원, 인수합병(M&A)이다.
지난 4년간 매년 200억달러에 달하는 대대적 투자를 진행했으며 ‘차별화된 기술과 수익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 ‘유연한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 사장은 “앞으로 2만5000명의 R&D 직원을 활용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디자인 IT 등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M&A는 그 동안 소극적이었으나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어서 지금 현재 현금 보유액이 너무 많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0년 매출 4000억달러 이상도 가능할 것=권오현 부회장은 비전2020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잘 가고 있다”며 “우리는 경쟁사가 점유율을 잃을 때 점유율을 높였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지배력도 보다 강화했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삼성전자는 부품과 완성품, 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권 부회장은 “현재는 하드웨어 분야가 더 강하긴 하지만 소프트웨어 쪽도 상당한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며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면이 없지 않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사업 개척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권 부회장은 “교육, 자동차, 헬스케어, 스마트홈 시장에는 아직 삼성전자가 진입을 하지 못했다”라며 “향후 이들 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수한 기술과 기업이 있다면 M&A에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태블릿 1등 목표, 올해 4000만대 공급=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5.9%를 차지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IM)부문의 신종균 대표는 스마트폰처럼 태블릿도 시장 1위를 자신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 세계적으로 21%에 불과해 시장 자체 성장력으로 수요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스마트폰은 선진시장에서 먼저 성장했지만 신흥시장이 앞일을 주도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성장 정체라고 보는 이가 많은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2017년 스마트폰 중 절반이 롱텀에볼루션(LTE)폰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는 이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있다”며 “웨어러블, 플렉서블, 사물통신, 빅데이터 등이 변수이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술 혁신 시장 선도, 안정적 수익 달성이라는 3대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내년 TV 시장 1000억달러 회복=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대표는 내년부터 TV 시장이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 TV 시장은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주요 TV 업체의 상반기 출하량도 예년같이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변이 없는 한 8년 연속으로 전 세계 TV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이미 1위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30%가 넘는다. 윤 대표는 “2014년 TV 시장이 다시 1000억달러 수준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UHD TV가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고가 프리미엄 시장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시장에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파격적인 혁신이 없었던 만큼 기회를 잡아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주방도 큰 기회다. 주방가전은 규모가 큰 시장이며 프리미엄 부문은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전자레인지부터 식기세척기까지 차별화된 패키지 제품을 준비하고 있고 가구와 유통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나노 이하 D램에서 3D 구조가 정답=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차별화된 선행제품 출시, 기술한계를 극복하는 혁신기술 개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독보적인 핵심 역량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20나노 이하 D램 공정에선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활용한 3D 구조가 해답”이라며 “M램, Re램, P램 등 차세대 메모리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나노대 공정의 평면 구조 D램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성능개선 지연,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의 A/R(Aspect Ratio) 문제로 개발 작업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D램 업체들은 좁아진 셀 면적 위에서 커패시터를 수직으로 길쭉하게 늘어 올리는 방법으로 용량을 사수해왔지만 10나노대로 들어서면 커패시터 용량 사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사장은 이에 대해 ‘집적도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메모리칩을 위로 쌓아올리면 용량을 늘리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연구개발(R&D) 인력을 500명으로 확충했고 2015년까지 이를 7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앞선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메모리 생태계의 리더로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첫 출하=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모뎀칩이 통합된 원칩 모바일 AP인 모드AP(ModAP)를 9월부터 출하했다”며 “조만간 해당 칩이 탑재된 완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모뎀 기능이 통합된 원칩 AP를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 시장 1등 업체인 퀄컴은 LTE 어드밴스드(LTE-A) 통합 AP(스냅드래곤 800)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우 사장은“삼성전자가 AP를 제공하고 파트너가 슬림한 모델(모뎀 IP)을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타사 모뎀 IP를 제공받았느냐”는 질문에는 “2개의 다이(Die)가 아니라 완벽한 하나의 다이로 통합했다”고 즉답을 피했다.
차세대 14나노 3D 핀펫 공정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는 코어는 이미 ARM 코어텍스 A50 시리즈를 라이선스 받아놓은 상태다. 14나노 3D 핀펫 공정과 TSV 및 64비트 기술은 동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고해상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라인 구축=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장)는 2020년까지 연평균 15%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목표와 함께 내년 하반기 고해상도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라인 구축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파일럿으로 구축한 플렉시블 라인에서 소량의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수율 및 원가 등 도전 과제 대부분이 내년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주요 업체의 제휴 및 투자, 인수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특허 경쟁력 강화에도 힘썼다”며 “투자는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며 AMOLED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비 투자는 60억달러 규모다. 내년도 투자액은 올해보다 소폭 증가하고 특히 AMOLED 분야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웨어러블, 자동차, 교육 분야에서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연평균 15%(업계 평균 5%)의 매출 성장세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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