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4월 중 시스템 구축에 본격 착수한다. 우리나라 첫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획득한 두 업체는 사업 모델은 비슷하지만 IT구축에 있어선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표면적으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외부 사업자를 통해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기본적인 얼개만을 제시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 제안요청서(RFP)엔 인프라 구축 부분에서 운영체제(OS)인 리눅스에 최적화된 서버를 제안할 것을 명시한 점이 주목된다.
은행권 계정계 주전산시스템에 운영체제를 리눅스로 도입한 사례는 국내에 전무하다. 리눅스의 경우 한국거래소(KRX)의 차세대시스템인 엑스추어 플러스에 도입되면서 금융권에서도 안정성을 인정받은 상태다.
밀리세컨드(ms)를 다투는 처리속도와 실시간을 지원해야 하는 자본시장시스템에서 글로벌 거래소는 물론 한국거래소까지도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리눅스 기반 시스템이다.
다만 은행권에서 리눅스는 여전히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적용돼왔다. 안정성에 대한 의문은 접어두고라도 보수적인 IT시스템 집행을 진행하는 은행권의 특성 상 리눅스 주전산시스템 도입은 요원한 일로 여겨져왔다.
지난 2010년, 지금은 없어진 제일저축은행이 리눅스 운용체계(OS) 기반 차세대시스템 ‘제니스(JENIS)’를 가동한바 있지만 이후로 은행 시스템에 리눅스가 주전산 운영체제로 채택된 적은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신생 은행이라는 점과 ICT기업 주도의 구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들에 관행처럼 굳어졌던 보수적인 IT시스템 구축 기조를 이어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제안요청서 배포 이후 실제 시스템 구축 방법론 등을 제시하는 곳은 LG CNS, SK주식회사 C&C 등 IT서비스업체이기 때문에 제안 과정에서 이러한 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KT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케이뱅크는 유닉스(UNIX) 기반의 시스템 구축이 유력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검증된 시스템을 선정하는 것이 그나마 촉박한 구축일정에 리스크를 줄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닉스 시스템을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스템 구축은 우리에프아이에스, KTDS 등 컨소시엄 구성원의 관계사 및 계열사들이 모여 진행한다. 케이뱅크의 경우 우리은행의 IT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가 사실상의 시스템 구축 주사업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경험과 은행 업무에 정통하다는 측면에서 주사업자로서 사업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케이뱅크의 초대 CIO로 우리에프아이에스에서 부장급 인사가 선임된 만큼 우리에프아이에스의 경험이 시스템에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서 케이뱅크가 유닉스 시스템을 주전산시스템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리눅스가 유닉스 시스템의 운영체제로 채택될 수도 있지만 시중은행 어디도 리눅스를 주전산시스템으로 선정한 곳이 없는 만큼 섣부른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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