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4월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다. 당초 목표했던 대로 연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9개월 안에 시스템 구축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 시중은행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시스템을 9개월 안에 구축한다는 것은 국내 금융권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인터넷 뱅킹 시스템 구축에만 짧게는 1년에서 1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 뱅킹뿐만 아니라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자원관리(ERP)와 같은 업무 시스템부터 바젤, 국제회계기준(IFRS)과 같은 컴플라이언스 요건까지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시스템 구축 제안요청서가 표면적으로 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두 은행이 연내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오픈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9개월 안에 끝낸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오픈시기에 함몰돼 제대로 된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안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돼야 할 은행 시스템이 졸속으로 진행될 경우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의지와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허가가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두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연내 출범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기 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반 은행권 차세대시스템의 오픈 일정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적이 흔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을 정하기보다는 시스템 구축에 다소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촉박한 시스템 구축일정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연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못 박은 만큼 구축 일정에 자신들의 의지가 반영될 여지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오픈 시기를 늦추고 싶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광화문 케이뱅크 준비법인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조속히 출범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산보안,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전반에 걸쳐 여러분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정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의 말대로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빠른 출범보다 안정적이고 정확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보다 신중하게 시스템 구축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10분 빨리 가려다 10년 먼저 간다”라는 말이 있다. 빠른 속도로 시간을 단축하려다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은행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던져줬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일단 출범이 결정된 이상 그 시기는 중요치 않다. 금융당국과 양 은행은 ‘모래위에 반석을 세울지’ 아니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널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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