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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도체 보릿고개 묘수는?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반도체 업계 상황은 제자리걸음이다. 무엇보다 PC와 스마트폰과 같은 전방산업의 수요둔화와 함께 글로벌 거시 경제 위축의 영향이 가장 크다. 물론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연간 반도체 시장규모가 3000억달러(약 365조4000억원) 이상이고 오는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나마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일종의 조정기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는 상황이 다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기 전년 동기 대비 7.9%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상태다. 전망치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두 업체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나게 된다. 그러니 삼성전자 김기남 사장과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이 연달아 “앞으로 (호황)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 것”, “메모리 시장이 꺾였다”는 발언을 한 것도 이해가 된다. 괜한 엄살은 아니라는 얘기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은 시장에 대한 확신이 분명했다. 승자의 저주가 아닌 살아남으면 이길 수 있다는 근거가 있었지만 지금은 불확실성이 무척 커졌다. 결국 남은 방법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원가절감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8나노 D램 양산, SK하아닉스는 21나노 양산 비중 확대와 1×나노 D램 공정 개발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낸드플래시는 적층 단계를 계속해서 높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에만 집중되어 있는 산업 구조가 예전만큼 탄탄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세공정 전환이 생각만큼 잘 이뤄져도 시장에서 넘어오는 충격이 커진 만큼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RAM), 상변화 메모리(PRAM), 저항성 메모리(ReRAM)와 같은 차세대 메모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차세대 메모리가 언제, 어떻게 상용화될 수 있는지 확실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스마트폰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대중화되는 시기를 맞춰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이번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처럼 전혀 다른 산업에서 혁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컴퓨터도 결국 계산기이고 AI도 이런 큰 틀에서는 마찬가지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빠르고 더 큰 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현재의 D램과 낸드플래시를 넘어서는 메모리 반도체가 나온다면 AI의 성능도 진일보할 수 있다.

기술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현상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부른다. 특이점은 갑자기 다가오지만 준비되지 않으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고리타분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당장 시장에 내다팔 물건도 중요하지만 먹을거리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잔머리는 통하지 않는다. 정공법이 묘수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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