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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러다 알파고 법 나올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온통 알파고 얘기 뿐이다. 대한민국이 ‘알파고’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따라 정부는 또 다시 AI 띄우기에 나섰다.

이미 미래창조과학부는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별도의 전담팀과 민관이 참여하는 기업형 지능정보기술연구소 등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IT 이슈가 나올 때 비슷한 모습이 반복된 것을 우리는 수차례 목격해 왔다. ‘한국형’ 또는 앞에 ‘K’가 붙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이 발표되는 모습은 이제 지겹기까지하다.

심지어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 육성을 위한 법까지 생겼다. 법이 통과돼 지난해부터 시행이 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다른 국가에 비해앞서 있다고 보긴 힘들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산업이 발전한 선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주도의 지원 사업의 경우 아무래도 성과와 실적에 치우쳐 있다보니 제대로된 연구 결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AI과 같이 꾸준한 연구개발이 필요한 영역에서 과연 정부 주도의 정책이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앞에서 이끌기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산업이 발전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기보다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연구과제를 더 다듬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정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을 중심으로 엑소브레인이나 딥뷰와 같은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에게 AI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진지한 검토없이 유행에 편승한 정부의 정책은 관련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짝 관심’에 따른 새로운 정책보다는 기초과학연구 등의 산업의 기반을 차근차근 닦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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