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4:1로 알파고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 중 승자가 누구냐는 결과를 떠나서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인공지능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가 주어진 정보에 의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유연한 사고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알파고는 ‘가치망’과 ‘정책망’이라는 신경망 회로를 통해 인간과 비슷한 ‘창조적인 수’를 둘 수 있다는 점이 이번에 증명됐다. 때로는 ‘떡수’라는 인간의 지혜로는 이해할 수 없는 돌을 두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승리하면서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는 수를 가진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알파고는 ‘딥 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스스로 학습을 거듭해왔다. 딥 러닝은 인공신경망을 의미하는 용어로 인간의 뇌가 작용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머신러닝이 이뤄는 것을 의미한다.
딥러닝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는 아니다. 이미 딥러닝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에서도 화두가 돼 왔다. 바로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부터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가 결합한 단어로 자동화된 자산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부터 로보 어드바이저 기술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확대돼 왔다. 하지만 전문 투자자의 평가가 아닌 로봇이 하는 자동화된 투자에 돈을 맡길 수 있느냐에 대해 아직도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알파고의 선전은 인공지능의 선택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오히려 감정적일 수 있는 인간의 선택과 비교해 냉정한 컴퓨터가 내리는 결론이 옳을 수 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상승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눈치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투자일임형’ 상품의 대중화로 인해 전문 투자자 확보에 비상인 걸린 상황에서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전문투자자 없이도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파고를 계기로 로보 어드바이저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14일 우리은행은 ISA계좌에 가입 가능한 상품 및 퇴직연금 상품을 반영한 로보어드바이저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및 위비뱅크를 통해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한 바 있다.
또 딥 러닝은 이상거래탐지(FDS)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현재 추진중인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구축을 통해 수많은 실시간 거래가 발생하는 금융서비스에서 룰(Rule) 기반의 기존 FDS로는 수시로 변화하는 금융사기 패턴을 막을 수 없다라는 한계점을 인지하고, 기존의 룰(Rule) 기반과 더불어 딥러닝 기술을 이번 사업에 시범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금융사고의 패턴을 분리해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최신의 금융사기탐지 방식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금융권의 딥러닝을 활용한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구글이 알파고 등 인공지능을 위해 투자한 총액은 3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금융사 중 물리적으로 이 정도 금액을 투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권에서 딥러닝 등 인공지능을 완성도 있는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선 국내 IT기업의 투자와 제품화, 그리고 금융사의 시스템 적용을 통한 노하우 축적이 선결조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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