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과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대표 품목인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중국발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 정치적 결과물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1월 ICT 수출은 118.6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17.8%나 감소했다.
수출 감소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직접적 원인으로는 단연 중국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홍콩을 제외한 1월 대 중국 ICT 수출은 48.6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3.9%나 감소했다.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에다 2013년 2월 이후 처음으로 50억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주요 수출품목 부진이 아쉽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생산에 따른 공급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월 디스플레이 수출은 20.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7%나 감소했다. 9인치 이상 대형 패널단가는 지난해 9월 86.3달러에서 12월에는 77.4달러까지 하락했다. 중국은 전체 디스플레이 수출의 80.8%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1월 대중국 디스플레이 수출은 16.2억달러로 24.9%나 감소했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 생산에 TV나 컴퓨터 수요부진이 겹치며 패널가격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역시 차이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월 대 중국 반도체 수출은 28.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3.7% 감소했다.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는 직격탄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하락은 물론, 국내 반도체 인력의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직접적인 수출은 큰 의미가 없다. 해외생산비중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20.1% 점유율로 여전히 1위를 기록 중이지만 점유율은 1년전에 비해 4%포인트 가량 축소됐다. 한 때 3위였던 LG전자는 화웨이, 샤오미 등에게도 밀렸다.
올해에도 세계 ICT 시장의 저성장이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두각은 고스란히 국내 기업의 점유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정치적 갈등도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중국 국민들의 한국산 ICT 제품에 대한 호감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부는 "올해 세계 ICT 시장의 저성장, 메모리 반도체 등의 위축, 스마트폰 경쟁심화가 예상된다"며 "최대 ICT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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