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뜰폰 사업자 에넥스텔레콤의 A제로 요금제가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월 4일 요금제가 출시된 이후 우체국에 가입자가 몰리며 준비한 단말기가 품절되는가 하면 가입자가 폭주하면서 가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에넥스텔레콤에 따르면 설 연휴 전까지 1개월만에 4만여 가입자를 확보했다. 최근 선보인 알뜰폰 요금제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상승세다. 현재 에넥스텔레콤의 전체 가입자 규모는 33만명 가량. 불과 한달새 10%가 넘는 가입자가 늘어났다. 가입자 증가만 놓고 보면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
A제로 요금제의 인기는 50분 무료통화에 있다. 기본료 없이 50분, 소매요금으로 치면 5400원까지는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통화량 하나 없이 기본료만 1만2000원을 내왔던 2G, 3G 음성통화 가입자에게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주변 알뜰폰 사업자들은 우려의 시선으로 제로 요금제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충분한 초과 통화량이 발생하지 않으면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할 수 있다. 소비자는 50분간 공짜로 이용하지만 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은 망을 제공하는 KT나 SK텔레콤에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마다 통화발생량 등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수익의 약 40% 가량을 통신사에 대가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이 플러스로 전환되려면 60~70분 가량의 추가 통화량이 발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출시 1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유의미한 통화분석은 어려운 상태"라면서도 "기존 가입자들의 통화패턴 등을 감안할 때 하루에 2~3분의 추가 통화량만 발생해도 적자를 보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로요금제 가입자의 약 70%가 번호이동 고객"이라며 "세컨드폰이 아닌 만큼, 음성통화량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은 에넥스텔레콤의 제로 요금제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연초 알뜰폰 가입자를 에넥스텔레콤이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수익성 우려 때문에 선뜻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알뜰폰 사업자 관계자는 "음성 중심의 가입자에게서 그 정도 ARPU(월평균매출)가 나오겠느냐"라며 "상식적으로 수익성에는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통화량 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정책, 우체국 판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알뜰폰임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위험요소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지속적인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우체국 판매지원 등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고객관계관리(CRM) 업무 등에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비 등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도매대가 등비용을 추가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은 불투명하다. 당장 전파사용료 감면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연장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우체국 알뜰폰 요금제는 3개월마다 변경이 가능하다. 일단 3월까지 제로요금제 돌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넥스텔레콤 예상처럼 추가 통화량이 충분하다면 제로요금제의 입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알뜰하게 50분만 통화하는 가입자가 많을 경우 제로요금제는 과거 신세기통신의 패밀리요금제처럼 효자가 아닌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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