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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장두노미(藏頭露尾)

- SKT-CJ헬로비전 M&A, 의견 표명 전문가도 검증 필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감췄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숨겼는데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속으로 감추면서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빗대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이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근거 중 하나는 집필진의 비공개다. 떳떳한 일이라면 집필진을 공개치 못할 이유가 없다. 역사 교과서가 1종으로 일원화 되는 마당에 집필진 자체에 대한 검증 중요성은 새삼 강조치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집필진으로 이름이 밝혀진 사람은 모두 3명. 이중 2명이 그만뒀다.

통신 업계도 최근 익명의 그림자 뒤 또는 전문가 입을 빌어 경쟁사를 비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사안일수록 심하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추진에 대한 찬반 움직임이 그렇다. SK텔레콤은 작년 11월 CJ오쇼핑으로부터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이 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인수합병 반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국내 저명한 경제학 교수들이 주관했다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기업결합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재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SK텔레콤은 자의적 보고서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LG유플러스는 다시 “수개월간 준비해 발표한 사실들을 아전인수 식 해석으로 일방적으로 잘못됐다고 폄하하려는 저의 역시 기업으로서의 기본적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행태”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저명한 경제학 교수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청엔 답을 하지 않았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역사 국정 교과서 집필진 비공개와 유사하다. LG유플러스가 자신이 의뢰한 보고서의 객관성을 주장하려면 연구진의 객관성을 검증할 수 있는 첫 단초인 명단공개는 필수다. 명단 없이 ‘저명한’이라는 표현이야말로 기업으로서 기본적 도덕성이 의심되는 행태다. 첨예한 문제일수록 그렇다. 머리만 숨긴다고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머리를 감춰도 타조는 타조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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