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법상 VOD는 부가통신서비스, 전기통신사업법 대상
- 전형적 칸막이 규제 폐해…시청자 피해만 눈덩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간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측의 싸움에 시청자 피해만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법규정 미비를 들어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가 MBC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지상파 방송의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중단에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SO)들은 13일 비상총회를 열고 MBC 광고송출 중단을 결의했다.
SO협의회는 "지상파의 공급대가 인상안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가 계약을 거부하고 있다"며 "부당거래거절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부터 VOD 공급중단을 주도한 MBC에 대해 방송광고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SO들의 MBC 광고 중단은 올해 1월 1일부터 지상파의 VOD 공급중단 대응 차원이다. 지상파의 가격인상 요구를 수용했지만 지상파 방송은 VOD 공급을 중단했다.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가입자당재송신(CPS) 소송을 연계하고 있다는 것이 SO들의 주장이다.
VOD 공급이 중단된 지 보름 가까이 됐지만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결국, 케이블TV는 광고중단이라는 파급력 큰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양측의 싸움에 시청자 피해만 커지고 있다. 이미 VOD 공급 중단으로 SO들은 시청자들의 강한 불만에 직면해있다. 여기에 지상파 광고 중단이 현실화 될 경우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검은 화면을 봐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 이래저래 시청자 피해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갈등을 중재, 조정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 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는 "VOD는 방송이 아닌 부가통신서비스"라며 "방송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방송법에는 방송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조정위원회를 둘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VOD가 부가통신서비스이기 때문에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가통신서비스 중단시에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재 대상은 전기통신사업자다. 방송사는 대상이 아니다.
결국, 시청자 입장에서 VOD는 방송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미미한 제도, 칸막이 규제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용자 이익 침해행위에 대한 규정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방통위 생각이다. 권은희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이용자보호법을 발의했지만 계류상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서비스 재개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VOD가 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케이블TV는 방송법에 의거해 VOD 요금약관 승인을 받았고 케이블TV에 VOD를 공급하는 케이블TV VOD는 PP로 등록돼 있는 만큼, 방송분쟁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방송법 시행령을 보면 IPTV 방송사업 운영에 관한 분쟁조정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지상파 VOD는 IPTV에서도 유통된다.
케이블TV 업계 고위 관계자는 MBC 광고 중단에 대해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하니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궁지에 몰린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14일 지상파 방송사 임원을 불러 VOD 및 광고중단 논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광고중단은 제재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도 과거 관례처럼 관계자들을 한자리로 불러 중재에 나설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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