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쉽지 않겠지만 목표는 10% 입니다.”
2012년 정부가 이동통신재판매(MVNO) 명칭을 알뜰폰으로 정할 당시 담당 과장이 내건 원대한(?) 목표였다.
이미 이동통신 가입률이 100%를 넘어섰고, 브랜드나 기업규모나 기존 통신3사에 비해 열악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아주 먼 훗날의 얘기일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현실적인 목표는 점유율 5%.
정부가 기존 MVNO를 알뜰폰이라는 브랜드를 부여하고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우체국 판매 등 강력한 지원정책을 편 이유는 다름 아닌 이동통신 요금경쟁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제4이동통신은 수년째 예선탈락 신세였고, 이동통신 3사의 요금경쟁은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알뜰폰 지원정책이 시작됐고 얼마 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점유율 10%를 넘어서는데 성공했다.
올해 이동통신 요금경쟁의 키워드는 바로 알뜰폰이다. 현재 제4이동통신 심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정적 전망이 팽배하다. 설령 새로운 이통사가 등장하더라도 투자 등을 감안할 때 2017년에나 시장에 등장할 수 있다. 때문에 올해 이동통신 요금경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알뜰폰이다.
하지만 빠른 점유율 확대에도 불구 알뜰폰을 통한 이동통신 요금인하 전망은 밝지 않다. 성장의 대부분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열악한 사업구조에 선불이나 음성 중심 요금제 가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업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알뜰폰 점유율 확대가 요금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물론 알뜰폰 사업자들도 속속 LTE를 비롯해 무제한 요금제도 내놓고 있지만 취약한 브랜드 및 고객대응 업무, 결합상품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정부의 알뜰폰 지원정책이 무한정 계속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당장 올해 전파사용료 감면 혜택이 사라질 경우 당장 적자전환될 사업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설상가상 LTE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던 알뜰폰 1위 CJ헬로비전이 SK 진영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CJ헬로비전은 1000억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보면서도 꾸준히 경쟁해왔다. 앞으로 이통3사와 직접 대립각을 세우는 알뜰폰 사업자는 구경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이통3사의 경쟁을 가속화 할 방안도 별로 없어 보인다. 요금인가제도 폐지가 국회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지만 설령 인가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요금경쟁이 활발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적다. 다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건이 상반기내 마무리 될 경우 이동통신을 포함한 방송통신 결합상품 시장에서 통신3사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LG유플러스나 케이블TV 진영이 힘을 합치거나 모바일 사업을 강화할 경우 경쟁은 더욱 뜨거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시장의 경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유료방송에서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성사시킬 경우 KT그룹을 쫓는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유료방송 양강체제가 형성되는 것이다. 매각 대신 독자생존을 선언한 씨앤앰이지만 남은 케이블TV의 연쇄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케이블TV 산업이 빠른 속도로 무너질 수 있다. 방송시장은 그 자체의 요금, 서비스 경쟁이 아닌 결합상품으로 전환되는 상황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라고 보기보다는 대립의 구도로 얘기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분쟁이다. 이미 새해 지상파 VOD 중단 등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VOD 대가 분쟁이 봉합되더라도 실시간 방송 CPS 협상이 쉽게 끝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협상이 아닌 자존심 싸움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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