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 투비소프트의 행보가 최근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경험(UI·UX) 개발업체인 투비소프트는 쉬프트정보통신 출신들이 지난 2000년 설립한 회사다.
설립 10년 만인 2010년엔 코스닥에 상장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SW기업으로 성장했으며, 2013년에는 경쟁사인 미국의 넥사웹과 자회사 넥사웹재팬을 인수하며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보기 드물게 4명의 창업자가 국내외 영업과 마케팅, 기획, 연구개발(R&D) 등을 분담하며 유기적인 조직 체계를 기반으로 국내 UI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그런데 지난달 투비소프트에 큰 변화가 생겼다. 김형곤 대표와 최용호 대표, 김영현 전무, 송화준 전무 등 창업자 4명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총 165만8243주를 피스티스파트너스 등 3개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고 곧이어 이들에게 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이다. 사실상의 투자회수(Exit)로, 설립 15년 만에 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이같은 투비소프트의 행보는 과거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SW 업계를 대표하던 이들 기업 역시 창업자들의 지분 매각으로 심한 부침을 겪은 바 있다.
예를 들어 한글과컴퓨터는 10번이나 주인이 바뀌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경영진들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1991년 설립된 핸디소프트도 그룹웨어와 업무프로세서관리(BPM) 등에서 국산 SW기업의 대표주자로 성장했으나 2009년 창업자가 컴퓨터 도매 업체로 알려진 오리엔탈리소스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오리엔탈리소스는 핸디소프트 인수와 함께 사업 목적에 주택건설 및 분양업, 재생 및 바이오에너지 개발 및 투자업, 자원탐사개발 및 수출입, 컴퓨터게임 개발 및 운영 등 기존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를 추가했다.
특히 MB정부에서 주요 정책으로 삼던 자원외교를 활용해 주가를 띄우기 위해 구리광산을 채굴한다는 발표까지 했지만 결국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경영진이 290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상장폐지까지 됐다.
이후 2011년 다산네트웍스가 핸디소프트를 인수하면서 사물인터넷(IoT) 등의 새로운 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투비소프트 역시 피스티스파트너스라는 정체 불명의 회사에 지분을 매각하며 ▲인터넷 전자지불 결제 ▲휴대폰, 소액결제 및 인증 ▲정보처리 통합구축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SW 개발 및 처리 ▲신용카드 거래승인 업무 중계 및 대행서비스 ▲온·오프라인 부가가치통신망(VAN) ▲컴퓨터시스템 통합 및 구축 등 총 18개 사업 분야를 추가했다. 기존 UI·UX 사업에 집중하던 모습에서 완전히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투비소프트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핀테크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힘써왔으며, 현재 기존사업과 신사업 간의 기술융합 및 균형을 이룰 준비를 마친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핸디소프트의 행보가 자꾸 오버랩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기업이 성장을 위해 새로운 분야로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추가된 18개의 새로운 사업목적은 기존 투비소프트가 집중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 만큼,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배척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SW업계에서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과연 투비소프트는 새로운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지 아니면 국산 SW업체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지 궁금하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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