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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칼럼] 한국 리더들,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한국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가가 잘못돼도 회사가 잘못돼도 고위층 리더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중·일 3국의 경쟁력 현황을 비교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보다 더 심한 '샌드백' 신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잘 나갔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첫째, 한국은행의 전(前)24대 총재가 금리인하 시기를 놓친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와 함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런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금리인하를 하지않았다. 또 외환 보유의 다변화 차원에서 2011년부터 3년간 금을 90톤 약 47억 달러에 사들여 평가손실만 약 2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이나 중국이 2008년 리먼사태 때 금을 매입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 금융정책의 타이밍 실기로 인해 금년 말 미국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저금리 정책을 더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전형적인 정책 실패가 발생한 것이다.

둘째는 정치권인데 정치권은 여기서 논하고 싶지 않다. 한국의 정치권은 국가나 국민을 위해서 뭘 하는지 더 이상 발목 만 안 잡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셋째는 기업의 오너 들이다. 미국과 중국의 신산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젊은 창업자들이다. 미국 경우 전기자동차와 우주사업을 리드하는 테슬라 모터스의 앨런 머스크, 온라인쇼핑몰과 우주사업을 추진하는 아마존 닷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 북의 마커주커버그. 중국의 인터넷 사업을 주도하는 알리바바의 마윈, 스마트폰의 가격 파괴자인 샤오미의 레위쥔 등 창업자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창업 2,3세 오너들은 기존 것을 지키기에 급급해 보인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데 전문 경영인과 오너는 추진력에 큰 차이를 보인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주도한 반도체 사업의 경우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완공했었고 일본의 저가공세를 이겨내고 오늘의 반도체 제국을 만들었다. 이러한 성공의 열쇠인 추진력은 오너들만이 가능한 것이다.

네 번째는 기업체의 전문경영인과 고위직 임원의 역할과 책임이다.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퇴임하는 임원과 승진하는 임원들이 생겼다. 우선 승진한 임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고위직 임원은 비록 한 가족의 가장이지만 기업체를 대표하는 공인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고위직 임원들은 관리형이다. 이들의 문제는 아랫사람들에게 단순 지시하고 보고받으면서 내용파악이나 하면서 좋은 것은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우스게 소리지만 한국기업들의 전략은 대리, 과장들이 수립하고 임원들이 실행하다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고위직 임원은 미래를 예측하여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할 구체적인 전략방향과 행동하는 전술까지 제시해야 한다. 업무지시를 통해서 부하들을 키우고 회사목표를 달성하게끔 한 이후에 그 보상으로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체를 둘러싸고 있는 경영환경은 녹록치가 않다. 샌드백 신세가 아니고 강한 펀치로 우리의 경쟁국을 이겨내야 한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만 있는 사각의 링에 올라간 만큼 글로벌 강자들을 쓰러뜨려야 한다. 옆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단지 관중일 뿐이고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는 고독한 자리이다. 역할도 크고 기대도 크다.

마지막으로 퇴임한 임원들 역할이다. 당장은 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인생 2막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겠지만 한국사회에서 임원으로 퇴직한다는 것은 나름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왔다는 징표이며 노후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일을 하면서 배우고 습득한 노하우를 사회에 되돌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취업도 좋고 봉사도 좋고 멘토도 좋고 글을 써도 좋은데 120세 시대에 그냥 시간을 낭비하지 안했으면 한다. 살아오면서 남 보다 혜택 받았음을 감사히 생각하고 뭔가 사회에 기여하고 발전적인 제 2의 인생을 잘 설계했으면 한다.

샌드백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리더들이 책임을 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큰 기대인가?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 (주)hub1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kyungjulee2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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