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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칼럼] 후발주자는 '파괴'시켜야 한다

‘파괴(disruptive) 마케팅’, 어감이 주는 의미는 매우 공격적이면서 매몰차고 무섭다. 파괴 마케팅은 주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뛰어넘기 위해 기존에 없었던 서비스나 기술, 가격 등을 실행할 때 구사된다.

물론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파괴 마케팅 사례는 수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아마존닷컴이 인터넷을 이용한 e북으로 기존의 책 비즈니스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또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주도했던 휴대폰시장을 스마트폰 시대로 바꾸어 놓으면서 세계 1등 기업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50여 개국에 걸쳐 65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내년 초에 진출한다는 소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분기 전년 동기대비 23% 성장한 매출 16억4000만 달러(약 1조9579억원)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과거 미국에만 점포가 5500곳이 있었을 만큼 시장 지배자였던 비디오 대여 체인 1위 사업자였던 블록버스터를 2013년에 파산시켜 버렸다.

당시 신생 넷플릭스는 비디오 반납의 연체료를 아예 없애버린 대신 구독료를 받는 전략을 시도했다. 비디오를 반납했을 때만 다른 비디오를 보내주었기 때문에 장기 연체하는 고객이 생길 염려가 없었다.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넷플릭스는 유선방송의 셋톱박스없이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OTT서비스는 수백 개의 케이블TV 채널이 지상파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한 서비스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존 방송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은 셋톱박스가 달린 TV 앞에서만 봐야 하지만 넷플릭스는 윈도우 PC와 매킨토시, X박스360, 플레이스테이션3, 닌텐도 위, 애플TV, 아이패드, 아이폰, 구글TV 등 다양한 시청 환경을 지원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케이블 TV사업자는 셋탑박스 장치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해야하기 때문에 한 달 유료 방송 서비스 이용료가 최소 50달러 정도를 받아야 하나, 넷플릭스는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케이블 TV사업자보다 3~4배가 싼 월 이용료인 7.99달러만 내면 9000여 편의 영화와 2000여개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으니 그 누구도 경쟁할 수 없는 구조다.

앞으로도 차세대 TV로 거론되는 4K 해상도의 초고화질TV(UHDTV)에 대처하는 일도 넷플릭스는 전송 시스템만 개선시키면 되지만 케이블 채널TV 사업자들은 UHD 방송 전송을 위해 셋톱박스뿐 아니라 전송망도 손봐야하기 때문에 투자비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경쟁이 안 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한국의 케이블 사업자들이 어떻게 대항할지 자못 궁금하다.

국내 IPTV 시장은 이통 3사와 케이블TV 업계가 주도하고 있다. 낮은 요금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수익성은 신통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밝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디지털 컨텐츠 산업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가격경쟁이 너무 심해 차별화된 콘텐츠와 마케팅 등을 잘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약 20년 전 소니 등 당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일본제품이 들어오면 국내시장을 완전히 잠식당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벼랑 끝 전술로 절치부심하여 국내에서 국산 브랜드를 세계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었던 좋은 사례가 많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75억 달러에서 올해 87억 달러, 2020년 140억 달러(약 16조731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규모가 약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중국의 알리바바나 미국의 아마존닷컴도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파괴(disruptive) 마케팅을 전개하여 역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 (주)hub1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kyungjulee2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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