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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추구하는 디자인?…“모두를 끌어안는 것”

- ‘모두를 위한 디자인’ 전시회에서 찾은 기발한 아이디어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1.세탁기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단어’가 아닌 ‘문장’이라면 기술이해도가 낮은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2.차음성도 좋고 외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이 있다면 음악감성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3.화장실에 설치된 핸드 드라이어의 송풍이 아래위 모두 나오게 설계한다면 키가 작은 어린이부터 키가 큰 어른까지 모두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위 사례는 삼성전자가 개최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ed for All)’ 전시회에서 만난 작품들의 콘셉트다. 서울 삼청동 하티스트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전략인 ‘메이크 잇 미닝풀(Make it meaningful)’을 재해석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약자를 포함해 모든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 또 삶을 즐겁고 의미있게 하는 디자인이 공유됐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기성 제품들은 조금씩 아쉬움이 있다.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모두를’ 위한 제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령 세탁기를 생각해보자. 20~30대 사용자들은 세탁기에 붙어있는 수많은 기능 버튼에도 주눅들지 않는다. 정보기술(IT)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더라도 돌리고 누르면서 작동을 시킨다. 하지만 50~60대의 어머니 세대들은 사용설명서를 읽더라도 조작이 쉽지 않다. 발광다이오드(LED)에 왜 불이 들어왔는지, 비프(beep)음은 무슨 이유 때문에 나는지 알아채기 힘들다.

세탁기 UI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은 복잡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세탁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세심한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버튼과 단어가 한정된 공간에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금상을 수상한 정다영, 조현진 씨의 ‘클린 라인원(Clean Line-One) 작품은 세탁기의 조작 방법을 한 단어씩 선택해, 이야기하듯 한 문장으로 전체 세탁 과정을 설정하는 직관적인 텍스트 UI다. 고령층과 시각 약자를 배려한 ‘크게 보기’와 ‘음성 안내’도 지원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으로 세탁 예약을 하거나 완료 알림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다영, 조현진 씨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 화려하거나 미래지향적이기 보다는 낯설지 않으면서도 배려심이 담겨있는 ‘모두에게 쉬운 디자인’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행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이어폰도 전시됐다. 보행자 사고는 차량 중심적인 운전문화도 있지만 보행자 스스로 주의의무를 경시하는 것도 원인이다. 귀에 꼽은 이어폰, 그 중 삽입형(커널형) 이어폰은 차음(遮音)성이 높아 주변의 소리를 차단해 더욱 위험하다.

류관준, 유하경 씨의 ‘포커스(FOCUS)’는 외부 소리를 쉽게 끄고 켤 수 있도록 하는 커널형 이어폰이다. 이어폰 후면에 캡을 적용해 외부 소리를 유입시키거나 차단할 수 있다. 류관준, 유하경 씨는 “이어폰을 사용하면서 이동할 때 외부 소리를 듣지 못해 위험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이어폰으로 두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안전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포커스 디자인 계기를 설명했다.

전시회에는 조금 특별한 핸드 드라이어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핸드 드라이어는 아래쪽에 송풍구가 설치돼 있다. 따라서 성인의 신장을 고려해 설치할 경우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어린이들은 사용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박현수 씨의 ‘유니버설 핸드 드라이어’는 이를 해결한 디자인이다. 중앙에 본체를 두고 바람이 순환되는 에어 터널을 상·하단에 둬 어느 위치에서도 그에 알맞게 바람이 나오도록 했다. 필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해 공용 핸드 드라이어의 세균 증식 문제도 해결했다.

이 외에도 ▲개인용 세탁물 바스켓 ‘바스켓 워셔(Basket Washer)’ ▲약자를 위한 버스 하차 시스템 ‘유니버설 버스 벨(Universal Bus Bell)’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정수기 ‘드래그 워터(Drag Water)’ ▲포스트잇 타입의 약봉지 ‘포스트 필(Post Pill)’ ▲화재 알림과 조난 구조요청 기능이 있는 휴대용 랜턴 ‘세이프 랜턴(Safe Lantern)’ 등이 동상을 수상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전시회는 이달 29일까지 삼청동 하티스트 지하1층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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