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1950년 2월 미국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국 국무성 내 첩자 205명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매카시의 지적을 비켜가지 못했다. 1954년 12월 매카시가 의원직을 박탈당할 때까지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공산주의자로 지목을 받은 이는 대부분 모든 것을 잃었다. 증거는 없었다.
지난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에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해 형사고발을 당한 그다. 여기에 “사법부에도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 등 정치사회 전반이 종북세력에 장악돼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근거는 없다. ‘공안검사 경험에 근거한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이 그의 핵심 논거다.
그는 1950년대 매카시보다 위험하다. 고 이사장은 방송사 MBC를 관리 감독하는 기구의 수장이다. 안 그래도 이래저래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MBC도 고 이사장 탓에 부담을 않게 됐다. 여전히 한국서 공산주의와 북한을 추종(종북)한다는 꼬리표는 치명적이다. 언론을 통해 그의 주장을 펼치기라도 한다면 타깃이 된 쪽은 사상과 증거와 관계없이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고 이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관과 자신의 업무를 완벽히 분리해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여당과 보수언론 쪽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발언의 수위는 높이면서 자진사퇴 요구를 거절한 것 자체가 그가 약속한 공정성을 믿을 수 없게 한다. 방문진 이사장에 있겠다는 태도는 ‘무엇인가 의도가 있지 않은가’라는 의혹을 산다. 본인을 발언이 발목을 잡는 셈이다. 우상호 의원의 말처럼 국가정보원 등 그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분야도 있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길은 꼭 방문진 이사장만이 아니다. 고 이사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