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핀테크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올해 상반기, 금융권과 ICT업계가 예상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개수는 최대 2개 수준이었다. ICT 기업군에 1개, 금융권(증권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1개가 각각 배정될 것으로 보았다.
IT와 금융의 융합, 해외 인터넷은행 사례와 같은 새로운 핀테크 모델의 제시, 그리고 이와 동시에 기존 금융산업 질서를 급격하게 흔들지 않는 모양새까지 고려해 2곳 정도가 무난히 인가를 받을 것이란 예측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류는 많이 바뀌었다. 현재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ICT기업 1곳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도 현재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위해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들의 구성 과정을 보면 ICT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가운데 얼라이언스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500V(오백볼트)가 지난 24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손을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경쟁에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지도가 낮은 것이 약점으로 예상되지만 500V 컨소시엄측은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과도 지분참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을 의욕적으로 준비해왔던 미래에셋금융이 ‘본업에 충실하겠다’며 갑작스럽게 발을 빼면서 금융회사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가능성은 거의 소멸됐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1장의 티켓’...분주한 ICT업계 = 2개에서 1개로 인가대상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심리적인 압박외에 경우의 수도 차단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나서는 ICT기업들은 사실상 ‘1장의 티켓’으로 좁혀진 상황때문에 더욱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게 됐다.
ICT 기업들의 입장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기존 시중 은행의 업무를 그대로 할 수 있는데다 정부의 보호(?)아래 다양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당장 수익을 크게 창출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은행업 인가증’ 자체가 해당 ICT기업에게는 상당한 자산적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모델 자체에 고민이 많은 금융권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인가신첨 시점이 임박하면서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는 ICT기업들의 행보도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막판으로 갈수록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기위한 컨소시엄의 명분쌓기와 세불리기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앞서 컨소시엄 구성이 가장 빨랐던 다음카카오-한국금융지주 컨소시엄이 비교적 유력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후보자로 꼽았지만 이후 후발 컨소시엄 구성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면서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함께 ICT기업간의 경쟁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컨소시엄 구성에도 점차 차별화가 엿보인다. 전문가들은 인가신청 시점을 고려할때, 각 컨소시엄의 최종적인 윤곽은 늦어도 9월 첫째주 정도면 모두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소셜미디어(SNS)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터넷전문행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은 한국투자금융, 국민은행이 참여를 확정한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1위 PC업체인 KG이니시스가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형을 더욱 키우고 있다.
KT 컨소시엄은 통신회사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인 만큼 향후 사업모델의 안정적인 확장성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여기에는 교보생명, 우리은행이 가세했으며 최근에는 다날, G마켓 등이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에 기반한 인터넷전문은행 비즈니스 모델이 예상되는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최근 IBK기업은행아 참여를 결정하면서 세확산에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 GS홈쇼핑, 웰컴저축은행 등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KT, 인터파크가 3강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다소 늦게 경쟁 참여를 선언한 500V 컨소시엄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핀테크 수익모델 창출이란 명분을 강조하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컴플라이언스 등에 강점이 있는 500V 컨소시엄에는 삼정KPMG가 자문사를 맡아 인가신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본금 2000억원 규모의 500V 컨소시엄 역시 세불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측은 현재 은행, 증권, 저축은행 등 금융권과 지분참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ICT전문기업, VAN사, 신용평가사 등 핀테크 전문 시스템 개발과 금융보안,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한 업체들과도 컨소시엄 참여를 위한 세부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컨소시엄에 속속 참여하지만.... = 한편 최근까지 국내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후. 우리은행이 KT-교보생명 컨소시엄, IBK기업은행이 인터파크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하는 등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뜨거운 호흡’(?)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것으로 예상했던 신한은행이 컨소시엄 구성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은행권이 뜨뜻 미지한 이유가 주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 그리고 시장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한 ‘중금리대출’시장 창출이 녹록치 않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아직 확신이 없어보이는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부산, 대구, 광주, 전북 등 지역은행들은 지역성을 탈피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라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메리트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은행권 내부에서도 다소 온도차는 존재한다.
아직까지 지역은행들의 컨소시엄 참여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BNK, DGB, JB금융지주 등 지역거점 금융그룹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의사는 상당히 강하기때문에 조만간 컨소시엄 합류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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