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은행권의 비대면채널 강화 움직임과 더불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아웃도어세일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는 금융사뿐만 아니라 유통, 통신 등 다양한 업종에서 모색되고 있는 ‘화두’다.
은행권 역시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채널을 통한 금융거래 비중이 대면채널을 추월한 지 이미 오래 됐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대면채널의 혁신도 꾸준히 꾀해 왔다. 비대면채널로 급격하게 쏠림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여기에는 비대면채널이 양적으로는 확장됐지만 기존 대면채널의 수익성을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FIS 김종완 대표는 지난 16일 디지털데일리가 개최한 ‘비대면채널시대 개막과 디지털금융 전략’ 특별세미나에 기조연설자로 나와 “비대면채널의 거래비중이 엄청난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은행들이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채널을 통한 상품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용 비중에 비해 상품판매나 수익은 여전한 미미한 수준”이라며 “비대면채널의 혁신이 아직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의 주요한 대출업무와 금융상품 판매는 지점 창구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채널(지점)은 전자금융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고객과의 대면채널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물론 기존 대면채널의 한계는 분명히 노출되고 있다. 점포당 유지비용이 올라가면서 건물 2층으로 지점을 옮기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은행권의 지점수 줄이기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지점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 바로 앞에서 바로 지점이 수행하는 역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찾아가는 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버스로 시작된 이동점포 = 은행권에선 그동안 꾸준히 아웃도어 세일즈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왔다. 실제 은행권의 아웃도어 세일즈의 역사는 오래됐다.
지난 1993년 국민은행이 대형 버스의 내부를 개조해 온라인 단말기, 현금자동지급기 등을 갖추고 입·출금은 물론 온라인송금, 자기앞수표 발행, 이자 수납·지급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동 점포를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선보이면서 국내 금융권 아웃도어 세일즈 전략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물론 이전에도 은행들이 해수욕장 등에 금융자동화기기(ATM)을 설치해 현금인출 및 카드 현금서비스, 계좌 간 송금 등을 지원하거나 임시영업소를 설치한 적은 있으나 통신 장비를 갖춘 이동식 은행을 운영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이후 해수욕장 등 이동 버스를 활용한 국내 주요 은행들의 이동점포는 아웃도어 세일즈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해왔다. 부산은행이 여름 휴가철에 가장 신경을 쓰는 점포는 해운대에 설치한 버스이동점포다.
이동성과 최첨단시스템을 갖춘 이동점포를 통해 기존의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던 업무형태를 탈피, 은행 업무를 보기 불편한 공단 등에 입주해 있는 기업에 금융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파트 밀집지역·재래시장 등 서비스 범위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동 점포의 형태도 꾸준히 변화해왔다. 45인승 대형 버스를 개조하던 것에서 벗어나 트럭, 소형버스 등 다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2003년에는 제일은행(현 SC은행)이 8.5톤 트럭을 개조한 ‘퍼스트 모바일 뱅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무궁화 위성을 이용해 통장 개설·입출금·신용카드 발급·대출·공과금 납부 등 각종 은행업무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량 외부에 장착된 대형 LED 광고판을 통해 DVD영화나 위성방송도 상영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선보인 대구은행의 ‘DGB 모바일뱅크(Mobile Bank)’는 16톤 트럭을 개조한 차량에 위성 송수신장비 및 자체 발전설비, 대형LED 전광판 등 설비와 함께 온라인 단말기 3대, ATM 2대를 탑재했고, 내부는 직원 3명과 고객 5명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형 버스 위주의 이동 점포에서 벗어나 소형 버스를 활용한 기동성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2012년 마을버스 크기의 20인승 미니버스를 개조한 차량형 이동식 점포를 이용해 기존 대형 차량으로 진입할 수 없던 곳을 중심으로 고객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차량을 활용한 이동 점포는 은행권 아웃도어 세일즈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지만 운영 비용이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규모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버스를 개조한 이동 점포의 경우 대당 가격이 10억원 전후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이동점포 운영은 명절 기간이나 특정 공단에서의 이벤트 성으로 운영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T와 통신망의 발달은 은행들의 아웃도어 세일즈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바로 포터블 브랜치의 등장으로 이동 점포보다 적은 비용으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버스 등을 활용한 이동 점포는 사실상 기존 ATM, CD기 등을 내부에 배치한 것으로 물리적 공간이 버스, 트럭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 지점과 차별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버스, 트럭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했을 뿐 외부 환경에 특화된 별도의 IT기술이 필요하진 않았다.
◆IT기술 결집된 포터블 브랜치=그러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기기의 발전으로 ATM과 텔러 단말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1년 포터블 브랜치가 처음 등장했다. 2011년 IBK기업은행에서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포터블 브랜치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고 부족한 점포망을 보완해 직원이 직접 쇼케이스로 구성된 이동식 전용 단말시스템을 들고 찾아가 금융 상담 및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서류가방 크기의 이동식 단말시스템은 은행 텔러용 단말기(노트북)과 상품정보가 담긴 카메라 내장형 터치패드, 신분증/장표 스캐너, 통신장비 등이 탑재됐다. 또 여기에는 카드 및 통장발급기까지 들어있어 대부분의 금융업무가 가능하다.
이후 국민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까지 가세하면서 포터블 브랜치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포터블 브랜치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비대면채널에서의 본인인증 문제와 전자서명의 법적 지위문제, 그리고 현금을 수반한 거래가 이뤄질 경우 포터블 브랜치 담당 직원과 현금을 호송할 직원이 대동해야 하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세로 떠오른 태블릿 브랜치 = 무엇보다 현재 포터블 브랜치는 이후 등장한 태블릿 브랜치에 다소 밀리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2014년 2월 하나은행이 처음으로 도입한 태블릿 브랜치는 은행 직원이 금융업무가 가능한 태블릿PC를 갖고 내점이 어려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지점과 같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강조하는 최근의 추세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태블릿 브랜치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움직임과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져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계좌개설시 비대면을 이용하는 방법이 허용되면서 아웃도어 세일즈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서비스 완결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이 태블릿 브랜치를 통한 새로운 아웃바운드 채널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태블릿 브랜치 도입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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