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부와 금융권이 핀테크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핀테크 허브(Hub) 구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핀테크 허브는 금융과 IT기술의 융합이 핀테크의 시발점이라는 데 착안 IT기업과 금융사가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과 서비스를 검증하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금융사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창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게 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도 핀테크 허브를 통해 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영국의 핀테크 허브 ‘런던 테크시티(Tech City)’는 2011년 조성 이후 거래규모가 3배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13년 핀테크 산업 투자가 2억6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금융 중심지인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IT기술의 근간인 실리콘밸리 등 핀테크 허브 이원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핀테크 허브인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Fintech Innovation Lab)’에선 15개 주요 금융 기관의 지원을 통해 18개 업체가 7.6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실리콘 밸리 지향 판교 핀테크 허브=우리나라도 이러한 해외사례를 본받아 핀테크 허브를 육성하는데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 판교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설치된 핀테크 지원센터다.
핀테크 지원센터는 아이디어의 시장성 판단부터 법률, 행정, 특허, 자금조달 상담까지 스타트업에 맞춤형 상담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3월 오픈 이후 보름간 29개의 핀테크 기업이 센터 상담 제공을 받았으며 4월 30일에는 ‘데모데이’를 통한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간 1:1 미팅을 진행했다.
또 스타트업에 물리적 업무 공간 제공을 위해 오는 29일까지 입주기업 선발 공모전을 통해 예비창업자 및 창업이후 3년 이내 스타트업 기업 중 3개 팀을 선정 입주를 지원할 계획이다.
판교의 경우 IT기업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핀테크 허브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와 애플과 구글이 탄생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핀테크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 실리콘밸리에서의 핀테크는 자산관리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과 금융SW 등 기술 중심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유망한 IT 기술을 금융사에 선제안하거나 보다 큰 사용자 기반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IT 기업과 제휴하는 식이다. 다만 판교의 경우 국내 IT기업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규모로 볼 때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판교에 입주해 있는 국내 IT 기업의 규모를 감안하면 IT기업 간의 M&A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금융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핀테크 지원센터에는 은행권 핀테크 담당자들이 순환근무를 통해 상담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의도, 명동 등 금융중심지와 판교간 거리가 멀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표>판교와 여의도 핀테크 허브 비교
핀테크 지원센터 | 비교 | 핀테크 인큐베이팅 센터 |
성남시 분당구 공공지원센터(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1층, 5층 | 위치 | 여의도 맨하탄 빌딩 5층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미래창조과학부
| 운영주체 | 코스콤 |
-핀테크 스타트업 및 기술벤처 육성 -정책금융기관 통한 자금조달 -핀테크 핵심기술 연구개발 지원
| 목표 | -유망 스타트업 발굴 육성 및 투자 제공 |
-창업관련 기본 프로세스 상담 -핀테크 아이디어, 아이템의 실용화 가능성 및 시장성 평가 -금융사 참여 데모데이 개최 -자금조달, 법률, 특허 상담 -핀테크 스타트업 사무실 임대
| 지원내용 | -자본시장에 필요한 IT기술 검증 및 조언, 업무 멘토링 -자본시장에서의 공동영업, 공동개발 추진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자본시장 핀테크 협의체 네트워킹 -코스콤 자본투자(업체당 1억) |
◆여의도, 자본시장 허브로 부상=한편 코스콤도 여의도 맨하탄 빌딩에 핀테크 인큐베이팅 센터를 개소하고 여의도를 자본시장 핀테크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코스콤은 판교 핀테크지원센터에도 지원인력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상 여의도 센터를 핀테크 허브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코스콤은 한국거래소의 IT자회사로 둘 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되면서 민영화됐지만 한국거래소가 수행하는 공적 업무와 증권사 IT아웃소싱을 제공하고 있다는 특성 상 핀테크 자본시장 핀테크 허브 구축에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핀테크 인큐베이팅 센터가 개소한 여의도의 경우 미국의 월스트리트처럼 주요 자본시장 업계가 포진해 있고 관련 협·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입주해 있다는 점에서 지리적 장점을 가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코스콤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 금융 공기관 및 협단체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여의도가 핀테크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판교와 여의도 모두 핀테크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이제 막 시험하는 단계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영국의 핀테크 허브 ‘런던 테크시티’의 성공 이면에서는 런던이 유럽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 런던은 금융인력 1백만 명, 외국은행 251개, 외국금융서비스 588개사가 주재하고 있어 그 자체의 네트워크가 가지는 힘이 크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도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가 가지는 상징성과 네트워크의 수준은 단순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한국형 핀테크 허브조성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금융사들의 장벽이 해제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이 내부 시스템의 API를 일부 공개해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업체들의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처럼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개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일일이 금융사들의 API 공개 범위와 정책을 일일이 확인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허브센터를 통해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들이 공동으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지원 포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핀테크 허브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자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경진대회를 통해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체계적이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핀테크 경진대회를 통해 금융사가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금액은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본 이외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
문용준 SK C&C 부장은 “벤처 캐피탈(VC)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업이 커지면 필요에 따라 수백억이 투자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VC에 수백억원을 투자받을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별 핀테크 허브 검토 필요=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핀테크 허브가 지방에 까지 확산되기 위한 방법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미래부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핀테크 지원센터를 설치하면서 핀테크 지원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바 있다. 현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에 10개가 설치됐으며 향후 17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핀테크 업무를 공식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로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무실 임대와 금융사 담당자들의 순환근무를 통한 상담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를 조율하는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관계자는 “경기센터 이외에 핀테크를 주요 목적으로 삼은 곳은 없다”며 “경기센터는 KT와 협력 당시부터 핀테크가 주요 주제였지만 다른 곳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센터 외에 핀테크 지원에 나서고 있는 곳으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정도가 꼽힌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 관련 벤처 기업 1개사가 입주해 있으며 향후 무선 모바일 핀테크 관련 기업을 입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센터의 다양한 데모데이(Demo Day) 때 수도권 소재 벤처 캐피탈, 지역 엑셀러레이터를 대상으로 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핀테크 허브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지역 산업 협단체와 콘텐츠 센터 등 지역 공공 관련 협회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대구은행의 경우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역 협단체와 학교, 그리고 다양한 산업관련 공공 진흥원들과 협력을 통해 네트워크 형성을 모색하고 있어 이러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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