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화성 17라인의 2단계 증설 투자 방향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D램으로 갈지, 시스템반도체로 갈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성 17라인의 2단계 증설을 위한 장비 발주를 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17라인의 2단계 투자는 시스템반도체로 갈 것”이라고 공식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투자 방향을 놓고 여전히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장비 업계 관계자는 “17라인에 도입될 시스템반도체용 장비 발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당초 계획상으로는 벌써 발주가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단순 발주 지연인지, 생산 품목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후방 업계에서는 17라인의 2단계 투자도 시스템반도체가 아닌 D램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D램 시황이 좋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전용 공장이었던 17라인의 1단계 투자를 D램으로 갔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생산을 위한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기술을 글로벌파운드리(GF)에 제공해 ‘원 디자인 멀티소싱’ 체계를 구축한 한 바 있다. 애플 등 파운드리 고객사는 동일 디자인으로 삼성전자와 GF의 공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14나노 파운드리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한 생산 용량 확대는 현재 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 들어 독자 SoC인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갤럭시S6에 단독으로 탑재되면서 시스템반도체 공장의 가동률이 늘어나긴 했으나 추가 증설을 필요로 할 만큼은 아니다. 여전히 외부 업체로 공급되는 엑시노스 AP 물량은 적다.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M14) 건설을 마친 SK하이닉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D램 공장인 M10의 장비를 M14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장비 이전을 마친 후 M10에서 어떤 반도체를 생산할 것인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스템반도체, D램, 연구개발(R&D) 라인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관계자는 “제조 공정의 미세화 속도가 과거 대비 더뎌졌기 때문에 최근 반도체 업계의 투자 방향은 시황에 따라 분기 단위, 월 단위로 바뀌고 있다”며 “공장부터 지어놓고 그 속에 어떤 제조 장비를 들여놓을지 결정하는 기조가 계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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