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최근 이동통신 시장의 핫 이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아닐까 싶다. KT를 시작으로 14일 LG유플러스가 유사한 요금제를 선보였고 요금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자는 이통사들이 내놓은 데이터중심요금제가 이동통신 역사에 나름 한 획을 그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성 위주로 과금되던 기준이 현실과 맞게 데이터로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진화한 데이터요금제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패턴에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용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이들 요금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 역시 존재한다. 일부 언론은 조삼모사라고 평가하기도 하고 중장년층의 지갑을 털기 위한, 아주 불순한 목적을 지닌 요금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속지말라고 충고도 한다.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판단과 결정 역시 개인의 몫이다. 요금 지출이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용패턴을 잘 고려해야 한다.
어찌됐든 흥미로운 점은 그런 비판 기사들에 달린 네티즌들의 반응들을 보면, 90% 이상은 이통사를 비판하는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는 점이다. 기존요금제에 비해 혜택이 커졌다는 댓글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통신사 직원이냐는 비아냥이 달린다. 경험담을 구체적 숫자로 표현해도 막무가내다. 이통사를 무참히 비판한 기자는 참 언론인을 넘어 거의 투사대접을 받는다. 다른 대기업 관련 기사에도 부정적 반응이 많지만 유독 통신사 비판은 거의 맹목적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아닌 주장들이 난무하고 서로 공감하며 통신사와 정부를 욕한다.
또한 어떤 시민단체 인사는 이통사의 이익을 없애고 이를 기본료 인하로 쓰자고 주장한다. 민간기업의 이익에 배놔라 감놔라 하는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니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이 대놓고 통신사보고 이익이 좀 덜 나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최소한 이번 데이터요금제의 경우 분명히 부정적인 요소보다 긍정적 요소가 많음에도 전국민이 합세해 이통사를 비판하는 모양새다. 뭘 해도 욕을 먹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삼성이나 현대 등 통신사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왜 푸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을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최근 단말기유통법 때문에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단통법 이전에도 이통사 이미지가 좋은 적은 없었다. 결국은 통신사들 스스로 이러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단순히 매달 지갑에서 통신비를 빼가는 것 때문에 통신사를 비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통사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한번 물건을 팔면 끝이 아니다. 매일, 매시간마다 서비스를 이용하고 매달 요금을 지불한다. 가까이 있고 늘 사용하는 만큼, 기준도 엄격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장애도 있어서는 안되고, 늘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외 통신사들의 품질과 비교하면 국내 통신사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깐깐한 소비자들 덕에 통신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이통사들이 받은 영업정지, 과징금 처분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개인정보 유출, 유령선불폰, 점유율 방어를 위한 원칙없는 마케팅 등 셀수 없다. 정리하자면 합법적이지도 않고 윤리적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마케팅활동은 대기업, 존경받는 기업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사실 어려운 부분이 많다. 존경받는 기업의 8가지 조건을 쓴 데이비드 뱃스톤은 핵심 조건으로 '윤리'를 꼽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윤리적이지 못한 행위를 반복하는 기업은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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