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요금 인하 논란이 거세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선거철과 맞물리면서 기본료 인하 등의 요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1984년 이동전화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이후 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구축된 이후 이통업계의 요금 변천사에는 어김없이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개입돼 있었다.
최근의 분위기는 과거와는 조금 다르다. 가입비는 폐지가 마무리 됐고 이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시위는 기본료를 향하고 있다. 과거에는 설비 구축에 드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기본료를 징수했지만 망구축이 완료된 현 상황에서는 기본료를 받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최근 단말기유통법 토론회서 “SK텔레콤의 순익이 떨어져도 대한민국의 공익에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가계통신비가 줄면 공익이 늘어난다. 기본료는 폐지하고 정액요금제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철 정치적 이슈이외에 최근 요금인하 요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법 시행 이후 단말기 부담은 늘어나고 기대했던 요금경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저가 요금제 이용 고객 비중이 늘어나는 성과도 있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전체적인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통사들이 신형 단말기에 지원금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면서 전체적인 불만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개월째 정부는 지원금에 준하는 요금인하폭을 기존 12%에서 20%로 대폭 확대했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인하지만, 오히려 갤럭시S6 등 신형폰의 경우 공단말기를 구입해 요금할인을 받는 것이 지원금을 받는 것 보다 유리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단말기 출고가격 인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요금인하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위적인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1일 국회서 열린 단통법 관련 토론회서 발제를 맡은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기본료 매출이 약 7조6000억원 정도 된다”며 “현재의 가격구조를 그대로 두고 폐지할 경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2조7000억에서 4조6090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 이통사들은 다른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거나 결합상품 요금할인을 축소할 것”이라며 “망투자 역시 축소하는 등 결국 조삼모사로 소비자 통신비 절감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통신비를 많이 내는 이유는 단가가 높기 보다는 사용량이 많다는데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통신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료 폐지 등 요금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이통사들도 속이 탄다. 서비스 이용체계가 음성에서 데이터로 바뀌면서 투자는 늘어났지만 오히려 수익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편에서는 현재 이통사들의 요금체계를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선트래픽은 급증하면서 투자는 세계 이통사 중 가장 많이 하고 있지만 수익률(EBITDA 마진)은 바닥에 머물러 있다.
이병태 교수는 “일반 소비자 인식과는 달리 국내 이통사들의 투자비중은 OECD 28개국 중 3위고 수익성은 바닥인 23위”라며 “영업이익률 0%에 투자포기를 가정해도 가입자당 연간 통신비 인하 여력은 연간 18만원선으로 단통법으로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현재 산업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체계 개편으로 수익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 사용이 수익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투자에 비례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론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 트래픽이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해 사업자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하고 국내 ICT 산업 전체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요금정책으로의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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