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신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진흥과 규제, 이용자 보호 정책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하지만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행 6개월을 넘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여전히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도, 유통업계도, 이용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뚝심있게 추진해야 하지만 단기적 해법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의 통신 정책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이용자도, 이통사·단말기 제조사도, 유통점 모두 불만이 크다. 심지어 정책을 만든 정부 일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각각 이동통신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지원금에 준하는 요금할인율을 12%에서 20%로 상향조정했다.
이용자 혜택으로 비춰질 것 같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시큰둥하다. 이통사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요금을 쥐락펴락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원금 상한 폐지를 요청하고 있는 유통점들도 대안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단말기유통법 개정(안)만 4개가 발의돼있다.
정부는 저가요금제 가입 증가, 지원금 지원 요금제 확대, 추가요금할인 등의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왜 불만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단말기유통법의 경우 지난해 10월 시행 이후 끊임없이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정부의 말처럼 혜택이 대다수 이용자까지 확대되고 예전에는 없던 지원금에 준하는 요금할인까지 생겼다. 그리고 요금할인폭은 더 커졌음에도 불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원금에 준하는 요금할인율 확대를 놓고 이동통신사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6의 경우 약정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공단말기를 구매한 후 요금할인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요금할인의 경우 지원금에 준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규모가 더 크게 책정된 것이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어야 하지만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에 조급증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에 대한 불만이 여전하지 요금할인폭을 높여 요금인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된다. 일단 유통점의 경우 수익성 저하에 고민하고 있다.
한 유통점 사장은 "6만원대 요금제에 고작 10만원도 안되는 지원금이 붙는다"며 "어떻게 갤럭시S6가 많이 팔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사장은 "요금할인 고객을 받을 경우 리베이트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 고객이 일정기간을 채우지 않고 다른 통신사로 이동할 경우 리베이트의 배에 달하는 금액을 통신사에 물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추가요금 할인은 신형 단말기 자급 확대보다는 기존에 사용하던 단말기를 꾸준히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책 대상이 모호해졌다.
이용자는 공단말기를 구매한 후 추가 요금할인을 받으면 되지만, 단말기 지원금은 매 주마다 바뀐다. 언제 지원금 상한선을 찍을지 알 수 없다. 여기에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됐어도 음성적 지원금 살포는 여전하다. 이통사들은 요금할인폭이 확대돼 상대적으로 지원금을 올릴 여력이 없어졌다. 이용자 선택은 더 힘들어졌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방통위 조치에 대해 “소비자 권익 증진과 무관한 정책”이라며 “통신사 간 경쟁 촉진 및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정부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지원금 상한선 확대와 관련해 “미래부가 주도하고 방통위가 협업한 내용은 무리한 단기적 경기부양책”이라며 “3~4년 뒤의 국민경제에 부담을 전가시키고 차기 정책수단을 가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삼석 위원 역시 “정책 결정에 우선순위가 있는데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며 “제조사 출고가 인하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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