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케이블TV 업계가 최근 20주년을 맞이했다. 20주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근 열렸던 기념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스무살을 맞았지만 케이블TV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지 않다. 경쟁 플랫폼인 IPTV가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에 비해 케이블TV 시장은 축소되고 있다. 엎친데 엎친 격으로 케이블TV협회 회장에 윤두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결정되며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화려했던 10년전, 뉴미디어 총아 케이블TV=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케이블TV 업계는 케이블TV가 방송산업의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5년 10주년을 맞은 케이블TV협회는 '케이블TV 10년사'를 통해 케이블TV가 매출 등 외형적인 수치는 물론,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5년은 뉴미디어로 생소했던 케이블TV가 자리를 잡고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다. 2004년말 시청점유율은 13.36%로 지상파(21.70%)와의 격차를 갈수록 좁히던 시기다. 특히, 2005년 4월 케이블TV 스포츠채널인 엑스포츠는 지상파 방송사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독점 중계권을 따내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긍정적 전망의 근거는 다름 아닌 디지털전환이었다. DMB, 위성방송 등 경쟁 플랫폼에 앞서 있던 케이블TV는 디지털전환으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수용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해 경쟁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05년 M&A 시장에서 케이블TV의 가치는 가입자당 100만원 수준이었다. 가입자가 10만명인 SO는 기업 가치가 1000억원이었던 셈이다. 실제 그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당시 케이블TV 업계는 지속적인 성장으로 기업의 시장가치가 3~4배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DMB와 위성방송 등 경쟁플랫폼이 존재하거나 예상됐지만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케이블TV 업계는 내부의 치열한 경쟁과 실험의식, 협업과 공생 등을 통해 지상파나 위성방송을 압도하게 된 미국의 사례가 한국에도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 못한 IPTV, 지상파 재송신분쟁=하지만 2015년 상황은 10년전 전망과는 크게 다르다. DMB는 예상대로 큰 위협이 되지 못했고, 위성방송도 한동안 그저 그랬다. 하지만 KT로 넘어간 위성방송은 큰 힘을 발휘했고,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통신사들이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케이블TV의 전성기는 과거형이 돼버렸다. 가입자 1000만을 넘긴 IPTV의 성장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분쟁도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아날로그 방송시절에는 음영지역 해소 등 상호 윈윈 관계였지만 IPTV 등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재송신 분쟁이 본격화됐다. 과거에는 없던 비용이 지출되고 결합상품 공세를 퍼붓는 통신사 마케팅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대형 사업자들은 인수합병으로 외형적 성장을 달성했지만 이들 사업자를 포함해 업계 전체로 봐도 역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년을 맞은 케이블TV 업계는 앞으로의 경쟁환경이 녹록치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10년보다 더 의미가 큰 20주년 행사에서 거창한 세레모니보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업계 대표들과 협회장은 공정경쟁, 디지털전환, UHD 올인, 협력 등을 유독 강조했다. 케이블TV협회도 20년사를 발간하며 예전처럼 과거의 역할에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문가 대담을 통해 케이블이 OTT를 적극 공략하고 사물인터넷 기술 결합이나 제4이동통신 진출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20주년을 맞은 케이블TV 업계가 반전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뉴미디어 업계의 맏형으로서 공정경쟁, 전체 산업의 성장, 소비자 이익 확대라는 가치를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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