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형태의 가상현실(VR) 기기다. 이 기기는 머리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도 해당 방향으로 시각을 제공해 마치 가상의 현실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은 이 장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오큘러스 VR을 23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배경에 대해 “차세대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VR이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의 중심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커버그 CEO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고, 그 곳에서 다양한 일을 벌어지길 원하고 있다. 브랜든 이리브 오큘러스 창업자는 “페이스북과 함께 만들어갈 플랫폼은 10억명이 접속하는 대규모 VR 세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내로라 하는 굴지의 IT 기업들도 VR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오큘러스 VR과 협력해 만든 기어 VR을 공개했다. 기어 VR은 PC와 연결할 필요 없이 갤럭시노트4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구동되는 형태다.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됐는데, 첫 날 수천대가 팔려나가며 일시적 품귀 현상을 빚었다. 삼성전자가 VR 콘텐츠 확보 및 유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열린 삼성 개발자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VR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360도 촬영 카메라 ‘비욘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주요 영화사와 게임업체는 물론 다양한 산업계의 유력 업체들과 협력해 콘텐츠를 수급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에서 VR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밀크VR의 서비스도 시작했다.
구글은 지난 10월 VR 기술업체인 매직리프에 퀄컴벤처스, KKR, 벌컨캐피털 등과 함께 5억4000만달러의 투자를 단행했다. 구글은 이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밝히고 있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구글이 제공하는 광고, 쇼핑,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VR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소니는 오큘러스 리프트에 대항하는 HMD 형태의 VR 하드웨어인 ‘프로젝트 모피어스’를 개발하고 있다. 프로젝트 모피어스는 우선 소니의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계될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의 경우 최근 VR용 고성능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HMD 형태의 VR 기기와 함께 뜨는 분야는 동작 인식 하드웨어다. 신생 벤처인 사이버리스(Cyberith)는 VR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행이나 몸을 구부리는 동작들끼지 인식하는 ‘사이버리스 버추어라이저’를 최근 공개했다. 버툭스 옴니(Virtux Ommi)도 러닝머신 같은 형태의 VR 연동 동작인식 하드웨어를 선보인 바 있다. 두 업체 모두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통해 초기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사이버리스 버추어라이저는 올해 3월 749달러라는 가격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센서를 통해 근육 움직임과 동작을 인식하는 제스처 기반 입력장치인 마이오(MYO)도 VR 시대에 주목할 만한 하드웨어다. 마이오는 탈믹랩스(Thalmic Labs)가 만든다. 탈믹랩스는 인텔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우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VR은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체험, 가상 매장 등 갖가지 개별 플랫폼으로 활성화되면 그야말로 또 다른 가상의 세상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영국 아우디 매장 100여곳에 기어 VR을 공급해 고객들이 VR 환경에서 가상으로 시운전을 해볼 수 있게 했다.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VR 매장을 선보였다. 가상으로 매장을 돌아다니며 할인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VR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넘어야 될 산은 많다. 오큘러스 리프트 같은 HMD 형태의 VR 기기는 모든 방향의 3D 그래픽 혹은 영상을 처리해야 하므로 상당히 높은 컴퓨팅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연산 기기의 속도가 느리면 안 된다. 프레임 속도가 떨어지면 몰입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PC와 연결해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기어 VR의 경우 갤럭시노트4를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연속 사용 시간이 25~30분으로 제한된다. 다량의 연산에 따른 발열, 배터리 부족 등의 문제 때문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기어 VR은 양안시차를 활용해 원근감을 표현하는 스테레오스코픽3D(Stereoscopic 3D, S3D) 방식을 채용하고 있으므로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지원하는 해상도의 절반 만을 지원한다. 기본 해상도가 4K 정도는 지원돼야 풀HD 영상을 볼 수 있는 셈이다. VR 기기는 이처럼 본질적으로 사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콘텐츠 수급 문제를 논외로 치자면 고사양을 추구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수긍할 정도의 판매 가격을 맞출 수 있느냐가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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