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사-통신사 결합, 시장왜곡 우려…LG전자, 전체 점유율보다 높은 매출 LGU+서 올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2014년 들어 국내 휴대폰 제조사 점유율 2위를 다투던 두 회사의 운명이 확연하게 엇갈렸다. 2위 LG전자는 점유율을 순조롭게 늘리고 있고 3위 팬택은 자금난을 못 이겨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양사 운명의 수레바퀴는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게 됐을까.
최소한 국내에서 양사의 운명은 통신 계열사가 있느냐 없느냐로 갈렸다. LG유플러스가 팬택유플러스였다면 2014년 양사의 처지는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통신사는 휴대폰 유통의 허브다. 제조사는 통신사에 물건을 주고 통신사는 소비자에 물건을 판다. 통신사가 어떤 물건을 사고파는가에 따라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은 바뀐다. LG유플러스가 중요한 키를 쥔 시점은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 한 2010년부터다.
◆2010년·2011년 팬택, LG전자보다 스마트폰 앞서
2010년 LG전자 휴대폰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읽지 못했다. LG전자는 2009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2010년 2분기 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수장을 남용 부회장에서 구본준 부회장으로,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부장을 안승권 사장에서 박종석 사장으로 교체했다.
2010년 LG유플러스의 상품구입비는 1조3231억원이다. LG전자 제품 구입에는 7257억원을 썼다. 54.8%다. 2010년 LG전자의 국내 점유율은 20.4%다. LG전자 2010년 휴대폰 매출액은 12조8112억원 영업손실은 6578억원이다.
팬택은 기회를 잡았다. ▲시리우스 ▲이자르 ▲베가 등을 앞세워 애플과 국내 스마트폰 2위를 겨뤘다. 팬택은 2010년 매출액 2조774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점유율은 15% 안팎을 차지했다.
2011년 역시 LG전자는 힘들었다. 사내에 자사 휴대폰을 사자는 호소문<사진>이 붙을 정도였다. 연말에는 전체 휴대폰 국내 2위 자리까지 팬택에 내줬다. 2011년 LG유플러스는 LG전자 휴대폰 구입에 9756억원을 투입했다. 전체의 상품구입비의 42.6%다. 전년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긴 했지만 LG전자가 팬택에도 밀린 것을 감안하면 높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2011년 국내 매출액은 1조9023억원이다. 국내 매출의 51.3%가 LG유플러스에서 나왔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이해도 28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팬택은 2011년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07년 4월 개시 이후 18분기 만이다. 매출액은 2조9820억원 영업이익은 1364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팬택 대표였던 박병엽 부회장이 시장의 공정경쟁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11년 LG유플러스는 롱텀에볼루션(LTE)을 상용화 했다. 팬택은 국내 스마트폰 2위였지만 LG유플러스용 LTE 스마트폰은 2012년에나 공급했다. LG유플러스는 LTE 초반 LG전자의 ‘옵티머스LTE’를 밀었다.
◆LGU+, 2010년부터 단말구입비 절반 안팎 LG전자에 투입
2012년은 LG전자가 반등의 기반을 만든 해다. 휴대폰 매출액은 10조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2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휴대폰 매출액은 9조9406억원 영업이익은 514억원이다. LG유플러스의 LG전자 단말구입비는 1조원을 돌파했다. 1조774억원이다. LG전자의 국내통신사 매출액은 2조2812억원 LG유플러스 매출액이 47.2%다. 2012년의 반등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LG유플러스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수혜를 입은 곳이 있으면 피해를 보는 곳이 나온다. 팬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워크아웃 졸업까지 이어지던 흑자행진은 2012년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2조2544억원 영업손실은 1052억원이다.
2013년 3월 팬택 주주총회 직후 박병엽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불공정 경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제품력을 끌어올려 경쟁을 잘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 외적인 자원을 끌어다 쓰는 것인데 이것은 정말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사례로는 ‘옵티머스G프로’를 예를 들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관계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그룹사간 부당 지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 삼았다.
그의 문제제기에도 불구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관계는 더 견고해졌다. 2013년 LG유플러스는 1조2708억원의 LG전자 제품을 샀다. LG전자의 국내 통신사 매출액은 3조3812억원 LG유플러스 비중은 37.6%로 낮아졌다. 애플도 팬택도 국내에서 LG전자와 격차가 벌어졌다. LG전자 휴대폰은 다시 연간 10조원 매출을 올렸다. 2013년 LG전자의 휴대폰 매출액은 12조9623억원 영업이익은 706억원이다.
팬택은 수렁에 빠졌다. 매출액은 1조4040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922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박 전 대표는 경영부진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임직원 30%가 6개월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LG전자-LGU+ 결합, 소비자 선택권도 저해…또 하나의 경쟁력, 해외 업체 진입장벽화
2014년 상반기 통신 3사 각각 45일 사업정지는 LG전자와 팬택의 분수령이었다. LG전자는 이번에도 LG유플러스 덕을 봤다. 팬택은 3월 워크아웃으로 8월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상반기 LG유플러스는 단말구입비의 47.8%를 LG전자에 지급했다. 5772억원이다. 팬택의 스마트폰은 6월부터 제품을 받지 않았다.
LG전자의 국내 점유율과 LG유플러스의 국내 점유율을 따져보면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거래액은 비정상적이다. LG그룹 계열사가 LG전자 휴대폰과 LG유플러스 통신사를 쓴다는 점을 고려해도 너무 많다. 유독 LG유플러스 가입자는 팬택 스마트폰을 싫어하고 LG전자 스마트폰을 좋아했던 것일까. 앞서 언급한대로 LG유플러스가 아니라 팬택유플러스였다면 최소한 LG그룹 계열사가 아닌 중립적 기업이 소유한 통신사였어도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단순히 같은 그룹 소속 제조사 제품을 많아 샀다는 것만으로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하는 것은 어렵다”라며 “예전 SK텔레콤과 SK텔레텍(옛 SK텔레콤 휴대폰 제조 자회사)의 경우 제품 공급 관련 조건을 달았던 것은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였기 때문”이라고 현재 상황만으로 공정위가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한편 LG전자와 LG유플러스 관계는 국내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진입 제조사는 LG전자의 제품뿐 아니라 LG유플러스의 LG전자 제품 구매 우선이라는 벽과도 싸워야 한다. 팬택의 사례를 보면 누가 와도 LG전자를 위협할 수는 없다. 차라리 국내 1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뺏는 것이 쉽다. 진입 매력이 떨어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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