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5일 부품(DS) 부문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경영 현황 메시지에서 “지난 1분기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메모리만 성장했을 뿐 시스템LSI는 정체됐다”며 “사실상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 부회장이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 공히 경쟁사 대비 성장을 덜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스템LSI 사업부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채찍을 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시스템LSI의 주력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은 지난해 출하량(-13.9%)과 매출(-0.7%)이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뎀통합칩 부재로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용으로는 공급이 배제된 것이 큰 이유다. 1위 업체인 퀄컴은 출하량이 전년 대비 64.9%, 매출액이 73.9%나 증가했다(관련기사). 애플과의 불화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물량이 떨어져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나마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소니를 누르고 갤럭시S5의 주력 공급업체로 올라섰다는 점은 내부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메모리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견조하게 성장했지만 후발 업체들 대비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D램 업계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32%였지만 삼성전자는 17.2% 성장에 그쳤다(관련기사). PC에 탑재되는 범용 D램 수요를 놓쳤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도 업계 평균 매출 성장률(22.5%)에 못미치는 15.9% 성장에 머물렀다(관련기사).
권 부회장은 “지난 20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해온 메모리는 자만심에 빠져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도체 모든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LSI는 14나노 공정 향상과 고성능 AP 개발에 주력해 고객에게 로직도 삼성이 강자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적자 상황을 보이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에 대해서도 “차별된 기술 개발로 가시적 성과(흑자)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권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마하경영론’을 언급하며 “제트기가 초음속을 돌파하려면 엔진의 힘을 배가시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재료공학과 기초물리 등 모든 소재가 바뀌어야 한다. 획기적인 기술만으론 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 개발 기술을 빠르게 상업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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