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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직원들의 희생, 경영진의 의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T가 다시 한 번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009년 12월 이후 4년여만이다. 공교롭게도 회장이 바뀔때마다 명예퇴직이 반복되고 있다.

기준은 동일하다. 불명예 퇴진한 이석채 회장이 CEO였던 2009년에도 재직기간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퇴를 실시했다. 2009년 당시 직원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회사의 강압적인 퇴직압박이 있었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명퇴를 신청한 직원들은 총 5992명.

이들의 퇴직으로 KT는 매년 4600억원의 인건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효율적이고 빠르고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회장이 바뀌고 KT는 또 다시 명예퇴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9년의 명퇴는 KT를 살리는데 역부족이었다. 직원들의 희생을 발판삼아 도약해야 했지만 경영진의 능력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황 회장 입장에서는 전임 CEO의 경영실기를 원망하겠지만 생각보다 빠른 구조조정에 KT 직원들은 황망함을 감출 수 없다.

KT 직원들의 자신감은 아이폰 출시로 SK텔레콤을 압박할 때 최고조였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하락세다. 유선시장의 붕괴, 이석채 전 회장의 경영실기, 선택과 집중의 실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1등 KT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나갈까. 2009년 못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학생 등 자녀 학비 지원이 폐지됐다. 복지가 축소되면서 실망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KT 직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20년 가량이다. 대충대충 살아온 직원도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통신 시절부터 청춘을 바친 회사다. 이렇게 떠 내밀리듯 그만둬야 하는 고참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석채 회장은 6000명의 직원들을 내보내고 며칠 후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분발을 강조하며 "2010년 회사와 후배들을 위해 명퇴의 길을 택하신 선배들의 귀한 희생정신도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000명의 직원들의 희생은 KT 회생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들은 잘못이 없었다. 나이가, 연봉이 더 많으니 희생을 강요당했고, 그렇게 나갔지만 그들이 몸담았었던 KT라는 회사는 또 다시 고참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직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경영진은 그에 걸맞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KT는 꼬리칸에 탔다는 이유로 굶주려야 하는 설국열차가 아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단순히 수천명의 직원이 아니라 그들이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 등 수만명의 인생이 바뀔수도 있다.

직원들의 희생으로 황창규 회장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엉뚱한 곳에 힘을 쏟을 것인가, 통신사 KT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인가. 황 회장이 직원들의 희생의 무게에 걸맞은 비전과 추진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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