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반사이익 커, 프리미엄 엔트리급 모델 확대가 변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에어컨 기싸움을 벌일 태세다. 일반적으로 1월 예약판매가 진행된 이후 봄이 시작되는 4월부터 마케팅 전쟁이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에어컨 경쟁은 두 업체 모두 짭짤한 재미를 봤다. 먼저 삼성전자는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삼성 스마트에어컨 Q9000’을 비롯해 200만원 이상 프리미엄급 에어컨 비중이 스탠드형 에어컨 판매의 50%를 차지했다. 이는 그만큼 수익성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LG전자도 에어컨 판매량이 늘었다. 가정용 에어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했다. AE사업본부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해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에도 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 동안 수익을 갉아먹던 가정용 에어컨이 선방한 결과다.
에어컨 판매량 증가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에어컨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한 광고 판촉전이 벌어졌고 이는 소비자의 관심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실적을 이끄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 한반도 날씨로 인해 신규뿐 아니라 교체수요까지 불러 일으켰다.
올해 에어컨 시장은 작년보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작년의 에어컨 호황은 재작년 시장 불황으로 인한 반사효과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에어컨 경쟁의 승자가 진정한 1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이유다.
판매량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100만원대 초반대 스탠드형 에어컨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경우 모듈생산방식 도입과 하방전개 전략을 통해 200만원대 모델을 130~40만원대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모델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손연재G’ 모델이 예상보다 잘 팔렸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프리미엄 가운데서도 엔트리급 모델을 얼마나 적당한 가격에 확실히 공급할 수 있느냐가 에어컨 경쟁의 핵심이다. 삼성전자 ‘Q9000 딤플 하트 다이아몬드’, LG전자 ‘손연재 스페셜G’의 판매량 추이와 가격을 유심히 지켜봐야할 또 다른 이유다.
이번 에어컨 경쟁의 변수는 제습기다. 시장이 올해 800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 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최대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런 점에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 포인트는 기본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인버터 컴프레서’다.
가격적인 면에서 인버터 제습기는 큰 매력이 없다. 인버터가 없는 제습기와 비교해 10만원 이상 비싸고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체감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처럼 계속해서 켜놓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차이를 상쇄하려면 적어도 5년은 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소음은 3~4데시벨(dB) 정도 작아져 사용자 편의성은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인버터 제습기의 판매량 확대는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이 보다 저렴한 중저가 모델을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인버터 모델 외에도 신형 제습기를 조만간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의 경우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라인업을 갖췄지만 색상과 디자인에 포인트를 더한 제품으로 승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에어컨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제습기는 당분간 성장을 지속하겠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공기청정기를 더한 복합형이 대세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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