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공격보다 시장경쟁 강조…삼성전자, 애플 특허전 협상 명분 쌓기 나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구글 에릭슨 테세라에 이어 시스코와도 특허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와 시스코는 오는 2024년까지 서로의 특허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잇단 특허공유 계약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플에 대한 압박 수단 측면과 협상을 위한 명분 쌓기 측면 모두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6일 삼성전자(www.samsung.com/sec 대표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는 시스코와 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기존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간 출원하는 특허도 공유키로 했다.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센터장 안승호 부사장은 “시스코와의 이번 계약을 통해 양사 모두 잠재적 성장을 이룰 수 있고 이는 전 세계에 있는 양사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 특허 담당 부사장 댄 랭은 “최근 지나친 소송전으로 혁신이 제약당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시스코와 삼성이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구글과 같은 내용의 특허공유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대해서도 소송보다 혁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며 취해온 방어 논리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소송에서 패색이 짙어진 상태다. 그렇지만 지난 2년여에 걸친 소송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확정 판결은 나지 않았지만 현재 재판 내용대로라면 애플 특허를 이용해 제품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이익을 취할 것이 끝났다. 판결이 나오면 삼성전자가 그동안 누려온 긍정적 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판결이 굳어지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카피캣'이 된다. 애플과 소송을 정리해야할 시기가 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공유 계약 내용은 서로 밝히지 않지만 대등한 조건은 없다”라며 “사실상 특허침해 여지가 높은 쪽이 낮은 쪽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특허이용료”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협상을 하더라도 패배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간 듯싶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은 오는 19일경 특허소송에 대한 협상에 나선다. 협상 테이블은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한다. 삼성전자가 불리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잇단 특허협상을 통해 삼성전자가 노리는 점은 애플의 요구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도 특허괴물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협상을 하는 편이 낫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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