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탭북’ 시리즈는 LG전자에게 있어 효자나 다름없는 제품이다. PC 시장이 침체기에 겪고 있다고 하지만 컨버터블PC, 그러니까 노트북과 태블릿을 넘나드는 ‘2 in 1’ 콘셉트로 짭짤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탭북이라는 이미지는 울트라북과 엇비슷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탭북은 잘 알려진 것처럼 ‘슬라이더’ 형태의 컨버터블PC다. 이런 형태의 스마트 기기는 기본적으로 노트북이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형태에 따라 ‘디태쳐블’, ‘스위블’, ‘슬라이더’ ‘플립’ 등으로 나뉜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이 난립했지만 지금은 각각의 장점을 고루 담고 있는 슬라이더가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의 선견지명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이번에 사용해본 ‘2014년형 탭북’는 탭북을 잇는 정통 후계자로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하고 전작(모델명 Z160) 대비 3mm 얇아진 16.7mm의 두께와 0.2Kg 가벼워진 1.05Kg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두께와 무게가 줄었음에서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용시간은 8.5시간에 달한다는 점이다. 성능과 휴대성이 모두 개선된 셈이다.
◆사소한 부분까지 배려한 활용성=전체적인 디자인은 탭북 고유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전원, 모드전환 버튼을 비롯해 USB, HDMI, 유선랜 포트 등도 여전하다. 플래시 메모리는 마이크로SD 슬롯이 마련되어 있다. 기존에 탭북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익숙한 구성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내부 설계 변경을 통해 스피커 성능이 강화됐다. 0.5와트(W)에서 1W 스테레오 스피커가 새로 탑재됐다. 여기에 HD오디오와 SRS 음장이 더해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할 때 한층 박진감 넘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정도 크기의 컨버터블PC에서 1W나 스피커 출력이 높아진 부분은 적극적으로 소비자 요구를 반영했다고 봐야한다.
LG전자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휴대성과 내구성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한다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값비싼 마그네슘을 씌웠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보다 가공이 까다로운 금속이다. 무게와 강도, 감촉 등에서 더 유리하지만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기 어렵다.
먼저 본체는 마그네슘, 디스플레이 힌지는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기에는 별다른 기술이 아닌 것 같지만 수백, 수천 번을 열고 닫아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풀HD(해상도 1920×1080) IPS 디스플레이는 이름값 그대로 충분한 성능을 낸다.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한 이 액정표시장치(LCD)는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깨끗한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2014년형 탭북는 청색 파장을 감소시키는 ‘리더(Reader)모드’가 곁들여져 있다. 본체 오른쪽 전원버튼 옆에 마련되어 있으며 인터넷이나 문서를 작성할 때 눈이 편안하도록 화면을 만들어준다. 참고로 청색 파장은 가시광선 가운데 자외선과 가장 유사해 망막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블릿 모드가 더 매력적=성능은 어떨까. 윈도에 마련된 컴퓨터 성능 평가 및 향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프로세서 6.9, 메모리 5.9, 그래픽 4.5, 게임 그래픽 6.3, 하드디스크 8.1이 기록됐다. 전반적으로 고른 점수를 받았고 상대적으로 그래픽 성능이 부족했는데 이는 내장형 그래픽코어 때문으로 같은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모든 노트북, 컨버터블PC가 비슷한 상황이다.
2014년형 탭북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전원어댑터다. 전작과 비교해 크기가 한결 작아진 부분이 눈에 띈다. 들고 다니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 수준. 작은 부분까지 사용자를 배려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하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연결에 있어 시리얼ATA보다 성능이 개선된 PCI 익스프레스 기반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웹캠도 흔해빠진 200만 화소보다는 적어도 500만 화소는 되어야 쓸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함께 제공되는 유선랜 어댑터도 USB 2.0 기반이라 10/100Mbps의 속도밖에 낼 수 없다. USB 3.0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기가비트랜까지 지원하면 더 좋겠다.
2014년형 탭북은 컨버터블PC이지만 사용할수록 노트북보다 태블릿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해상도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매끄러운 터치스크린 및 눈이 편안한 리더모드에 이르기까지 차별화 포인트가 확실하다. 키보드는 문서 작업을 할 때만 주로 이용하다보니 의외로 사용할일이 적었다. 가상키보드로도 웹서핑이나 채팅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밖에서 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영업직, 성능과 함께 고품질 화면이 필요한 디자이너, 보다 창조적인 활동이 필요한 사진작가 등 멀티미디어를 고려해야 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이들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비슷한 형태의 컨버터블PC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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