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난 20년간 IT업계를 지배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의 운명이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는 여전히 PC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등의 새로운 운영체제가 윈도를 앞선 지는 이미 오래다.
IT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PC 출하대수는 3억1590만대를 기록해 2012년보다 10% 감소했다. 이는 PC 시장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2009년 출하량과 같은 수준이다. MS의 최대 우군인 PC 시장이 감소한다는 것은 MS엔 재앙이다.
가트너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미카코 키타가와는 “신흥시장 소비자의 경우 대부분 인터넷 연결기기(connected device) 중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구매하며, 컴퓨팅 기기 중 태블릿을 가장 선호한다. PC의 대체품으로 태블릿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신흥시장에서의 PC 구매는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PC를 제외한 시장에서 윈도는 안드로이드에 완패 분위기다. 역시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디바이스 출하량은 약 8억7788만 대인 반면, 윈도 디바이스는 절반도 못 미치는 3억2795만 대였다. 심지어 윈도 디바이스 출하량은 전년도 3억4627만대에 비해 줄어들었다.
가트너는 오는 2015년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12억5436만 대 출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윈도 디바이스의 예상 출하량은 4억2272만 대로 세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가트너는 내다봤다.
MS에 더욱 큰 문제는 안드로이드가 PC시장까지 들어올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이다. 지난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세계 1, 2위 PC 업체인 레노버와 HP가 미국 나란히 안드로이드 기반 올인원 PC를 공개했다.
MS의 최대 우군인 인텔마저 안드로이드 진영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번 CES에서 인텔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윈도우 PC인 'PC 플러스'(PC Plus) 시스템을 소개했다.
스티브발머 MS CEO는 지난 달 한 인터뷰에서 “아무도 윈도를 구입하지 않는다. 사는 것은 윈도 PC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PC에서 윈도가 아닌 다른 쓸만한 운영체제가 있다면, 윈도 제국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MS는 PC 시장의 몰락에 대응하기 위해 윈도8.x를 선보인 바 있다. 윈도8.x는 PC와 태블릿 디바이스를 동시에 공략하는 운영체제다. PC 출하량이 줄더라도 태블릿 시장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윈도8.x를 태블릿용 운영체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보인다. 윈도8.x는 출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10% 안팎의 점유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개발자들이 윈도 태블릿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MS가 태블릿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쓸만한 애플리케이션이 많지 않기 때문이데, 개발자들이 윈도 태블릿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IDC와 앱셀러레이터가 지난 해 11월에 공동으로 실시한 ‘개발자 의향 조사’에 따르면, 윈도 태블릿 플랫폼 개발에 관심을 표한 개발자는 약 33%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9월보다 5% 정도 줄어든 것이다. 윈도8.x가 출시되자 개발자들의 관심이 더 줄어들었다는 점은 개발자들의 실망감을 보여준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관심을 표한 개발자는 70%가 넘었고, 아이패드에 대한 관심은 90%에 육박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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