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이 법은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만화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등장인물이 미성년자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성범죄자 처벌대상이 될 수 있어 논란이 됐다. 더욱이 이 같은 행위가 아동성범죄로 간주돼 강간범과 같은 양형기준인 최저징역 5년은 물론 취업제한 10년, 신상등록 20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10월말 아청법의 집중단속 기간은 끝났지만 법원과 경찰에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사법 절차가 불균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관 재량에 따라 처벌대상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누구는 아청법을 적용받아 처벌받는 반면 기소유예 또는 입건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3일 민주당 간사 유승희 의원과 사단법인 오픈넷은 국회도서관에서 ‘진정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현재 단속 상황 그리고 아동포르노에 대한 국제 및 해외법제 규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아청법, 표현의 자유 과잉 침범…사적검열 강화 소지 있어=먼저 발제에 나선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청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아청법에 대해 “아청법은 포섭범위가 넓어 표현의 자유를 과잉되게 침범 할 수 있다”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조치의무 부과의 문제점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동·청소년연상음란물’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포함시켜 기존의 아동포르노와 동일하게 취급,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험성 때문이다.
또 황 교수는 아청법에서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를 의미한다고 봤다.
여기엔 포털이나 검색엔진과 같은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자도 대상에 포함된다. 그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범위를 웹하드 서비스 업체나 피투피(P2P) 서비스 업체로 범위를 좁힐 것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황 교수는 “조치의무 부과가 상시적이고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법리나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 국가가 검열한 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적검열 강화”라고 비판했다.
또 황 교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삭제·전송방지·전송중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의무 위반 시 곧바로 형사벌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문제도 거론했다.
황 교수는 “너무 직접적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며 “행정적 조치를 먼저 부과한 다음 시정조치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화스캔파일 업로드, 10년 취업제한 타당한가=뒤이어 발표한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아청법 위반자에 대해 “사회초년생이 한번 올린 경우나 10건 이내로 올린 경우가 많다”고 단속 상황을 전했다.
양 변호사는 아청법의 애매모호한 법 규정을 지적했다. 일본성인만화 스캔(디지털이미지화)파일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지만 해당 만화책 자체를 배포한 경우엔 정보통신망법의 음란물 유포로 처벌받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 같은 스캔파일사건은 현재 부산지방법원에 내년 1월 재판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양 변호사는 모에칸 블로거 사건을 언급하면서 “인천시경에서 번역스캔파일을 제공한 대학생 80~100명을 입건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으로 조사했다”면서 “제작으로 볼 수 있나. 굳이 경찰력을 투입할 정도의 불법성이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양 변호사는 셀카(자기를 찍은 사진)물에 대한 명확한 법조항도 주문했다. 그는 “개인이 찍은 셀카물도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입건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아청법 또는 정통망법 적용으로) 처벌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주관적 판단에 기초해 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양 변호사는 “성기는 등장하지 않지만 성행위를 묘사한 만화를 유포해 대학생 1명이 1년 넘게 수사를 받고 있다”며 “이런 케이스가 너무 많다. 대체로 이런 케이스는 기소유예로 정리가 나는데 애초 수사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뭐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아청법 근거가 해외법제에 있다?…“해외법제를 모독하는 것”=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청법이 국제 및 해외법제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부분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실제 아동과는 무관한 매체물을 아동성범죄에 포함해 처벌하는 것이 타탕하다는 근거로 국제법 해외법제를 드는 분들이 있어서 국제법과 해외법제가 모독되고 있다고 말씀 드리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UN아동권리협약이 아동과 성인의 합성사진을 포함해 아동포르노물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이 같은 조치를 실존 아동에 대한 피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UN 선택적의정서도 가상포르노그라피는 포함이 안 된다고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C사이버범죄협약의 경우도 실존 아동이 연루되지 않은 매체물에 대해서는 협약국들이 유보, 즉 거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EU기본결정과 EC사이버범죄협약 모두 비실재아동이 묘사된 매체물을 아동포르노로 처벌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EC사이버범죄협약은 성인인 것이 밝혀지면 항변, 면책이 된다”며 “EC협약에서는 실제 찍힌 사람은 성인인데 어려보인다고 아동포르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EU기본결정도 찍힌 사람이 성인이면 제외한다고 유권해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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