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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10년만에 언론 앞에 나타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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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2004년 1월 NHN 대표이사 직함을 내려놓은 후 공식적인 자리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네이버에 비판기사를 쏟아냈던 보수언론은 이런 그를 두고 ‘은둔의 경영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최근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라인주식회사 본사에서 열린 ‘가입자 3억명 돌파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라인주식회사 CEO와의 공식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그는 조용히 기자실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다.

이 의장은 한참 주류언론으로부터 공력받을 때도, 정치권이 네이버를 규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도, 언론 앞에 나서지 않았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기자들 앞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는 일종의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한 일본 시장에서 스스로 인정할만한 성과가 나타났다고 본 것이다.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가입자가 3억명 돌파가 그것이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5년 동안 일본 시장을 두드려왔는데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는 마음이었다”면서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는) 혹시 꿈인 것 같다. 내일이라도 깨어나면 다시 고생 시작하는 것 아닐까 할 정도로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지난 5년의 네이버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독보적 존재감을 공고히 한 시기로 기억하지만, 이 의장에게 지난 5년은 지속적인 실패의 나날이었던 것이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이 의장은 이 기간동안 일본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 의장이 “지난 5~6년간 일본에서 많은 시도가 실패하고, 지진까지 직접 경험하면서 다소 공포를 느꼈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 해 IT업계에 회자됐던 ‘조기축구회’ 발언도 이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이다. 이 의장은 당시 사내행사에서 “NHN을 동네 조기축구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는데, 이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야근을 종용하는 것\', ‘대기업식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발언에 대해 이 의장은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한국 직원들을 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서 “PC 검색 시장의 1위에 안주하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카카오톡이나 온라인게임 등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들을 보면 몇 명의 천재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 경험으로 보면 성공은 실패 끝에 절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PC 1등이 당연히 모바일 1등 아니다. 다시 꼴찌된 마음, 빈손으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라인 가입자 3억명을 달성했으며, 모바일 시장에서의 위기의식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경쟁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중국의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은 올해 마케팅 비용만 2000억원을 사용했고, 내년에는 3000~4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이 수준을 맞추려면 네이버의 모든 이익을 라인 마케팅에 쏟아부어야 한다. 페이스북, 구글 등 네이버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 규모의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인데, 텐센트는 100조원이고, 구글은 300조원이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잘 싸울 수 있을지는 두려운 일”이라며 “(마케팅) 자금을 쓴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면서 “매달 추이를 보고 느껴가면서 조심해서 자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자신의 목표에 대해 인터넷 업계의 박찬호, 박세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리, 박찬호 선수가 미국 LPGA, 메이저리그의 문을 열지 못했더라면 올해 박인비, 류현진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의장은 “다른 나라에서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국내 서비스가 해외에서 성공한 적 없는데, 라인이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후배 벤처인들에게 좋은 사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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