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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력 제안한 화웨이…국내 장비업계 반응 “두고 봐야”

- CPRI 공개·R&D 협력·해외 진출 등 협력 방안 구체화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국내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화웨이가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카드를 들고 나왔다.

LG유플러스의 2.6GHz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 장비 구축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보안 및 도청 가능성과 국내 산업계 타격, 시장 공정성 훼손 등 각종 논란과 비판이 제기되자 적극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보안 문제와 관련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신망 보안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정면 돌파에 나선 후, 지난 7일 화웨이가 직접 중소기업을 초청해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화웨이는 에릭슨 등 그간 글로벌 장비업체들이 하지 않았던 ▲CPRI(공공무선인터페이스) 규격 공개를 필두로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동반 해외진출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중소기업에 손을 내밀었다.

이 자리에는 왕쥔 화웨이 글로벌 LTE 네트워크 사장이 황화위 화웨이코리아 지사장 등과 함께 직접 참석해 협력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왕쥔 사장은 “한국의 첨단 LTE망 솔루션 구축에 화웨이가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ICT산업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국 중소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기지국 구축시 필요한 안테나, 대역 결합기, 분배기, 광케이블 등과 같은 부자재를 국내 중소업체 제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기지국 설치 공사와 장비 운반, 유지보수 작업 역시 한국 업체에 맡긴다. 향후 국내업체와 피코·팸토셀 주문자부착생산방식(OEM) 등의 협력방안도 적극 찾겠다고 했다.

◆선언적 의지표명, 계획 구체화하고 실천력 담보돼야=화웨이의 협력 제안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에릭슨 등 기존 글로벌 장비업체들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즉각 호조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상생협력 방안에 일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실천력이 얼마나 담보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은 “두고 봐야한다”는 시각이 많다. 실현가능성이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상당하다.

이같은 반응에는 이날 화웨이가 제시한 방안이 선언적인 의지표명 수준에 그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CPRI 공개·유지보수·교육 등과 관련해 세부계획을 묻는 국내업체들의 여러 질문에 화웨이측은 “LG유플러스와 협의해 향후 구체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일단 CPRI 공개 방침 자체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기지국 내 DU(디지털신호처리부)와 RRH(소형기지국) 간 연동에 필요한 규격인 CPRI를 공개하면 국내 업체들이 RRH를 직접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문을 제기하는 지점은 그 실효성에 있다. CPRI 공개 범위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이 방침에 대한 지속성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CPRI 공개 범위·대상·시점·가격 문제 관건
=한 국내 통신장비 업체 임원은 “CPRI를 공개한다고 했으면 LG유플러스 중계기 협력사 외에 다른 업체에도 오픈을 해줘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이렇게 오픈하게 되면 많은 중소업체들이 RRH를 개발해 납품하려 할 것인데, 주인집 개 입장인 화웨이가 내 밥그릇을 왕창 물어뜯어 가는 것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임원은 “지금 CPRI를 오픈하더라도 이 규격을 갖고 개발하려면 여러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2.6 광대역 LTE 전국망 구축을 내년 7월까지 완료한다는 상황에서 개발 시간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타임투마켓(Time to Market)’이 맞지 않다”고 효용성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 부분에서 협력 효과를 얻으려면 LG유플러스 추가 사업에서나 해외 사업에서 좀 더 구체적인 협력계획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화웨이가 국내기업과 제대로 상생협력하려면 LG유플러스,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일단은 화웨이가 아웃소싱을 많이 해서 국내업체들이 일거리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CPRI를 공개해도 매번 버전 업 되기 때문에 처음에만 공개하고 이후에 공개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교육이나 인증 프로그램 등이 진행돼야 할 것이고,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격면에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교광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전무는 “CPRI를 불완전하게 공개하거나 기술을 개발했어도 중국 가격에 맞춰 저가로 납품하라고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국내외에서 화웨이가 상생협력을 한다고 해놓고 결국 ‘토사구팽’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화웨이나 시스코 등 글로벌 업체들이 해온 행태로 상생협력에 대한 진정성을 온전히 믿을 수가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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