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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장비업계, 금융·공공 통신망 사업에 공세적 대응…외산장비·통신사 ‘곤혹’

- 네트워크산업협회, 농협·KT·LG유플러스에 국산 장비 사용 요청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계가 국가기간통신망 등에 국산 장비 사용을 확산하기 위해 공세적 대응을 펼치고 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는 최근 유무선 통신망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KT와 LG유플러스, 농협중앙회 등에 잇달아 공문을 발송하고 면담을 요청해 국산 장비를 사용해줄 것을 정식 요청하고 나섰다.  

ICT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도 기간통신망에서 통신장비 국산화율을 높여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가 안보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하며 지원군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KANI의 행보는 올 하반기에 국산 장비가 도입될만한 대규모 통신망 구축 사업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와 KB국민은행, 신용보증기금을 필두로 15개 지방경찰청과 새마을금고 등 금융·공공 사업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들 사업은 회선사업자인 KT, KT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에서 통신장비로 망을 구축한 뒤 이를 수요기관이 임대해 사용하는 BTL(Build-Transfer-Lease) 사업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전송 장비를 상당히 도입·교체하는 사업들이다. 기존에 장악해온 외산 장비 점유율을 국산 장비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KANI는 현재 수요기관인 금융사·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통신사들이 국산 장비를 적극 채택, 제안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우선 타깃은 5600개 지점을 잇기 위해 대량 액세스단 전송장비(MSPP)가 구축되는 농협의 통합망 구축 사업이다. 전국망 규모가 가장 방대해 이 사업 수주가 유리한 것으로 관측되는 KT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KT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이기도 하다.

KANI는 이달 KT와 농협,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에 한두 차례 의견을 전달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KT에 공공기관 망고도화 사업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관련 사업담당인 기업고객부문 및 영업담당 임원과 면담을 가졌다.

공문과 면담을 통해 KANI는 국산 장비의 안정성과 가격경쟁력과 기술지원, 보안 강점을 부각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정보통신 최강국 달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ICT 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시책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정책에 따라 국산 중소기업 장비가 채택돼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KT에서 기업고객에게 컨설팅하고 영업을 하는 단계부터 국산 중소기업 장비를 우선 제안하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만들고 영업 및 컨설팅 요원들을 교육시켜서, KT가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기업 고객들에게 앞장서서 외산장비를 공급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강조했다.

농협 IT본부에도 국산 장비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식화 해달라고 요구했다.

KANI와 국산 장비업계는 현재 “통신사와 공공·금융사에서 기존에 구축돼 있거나 백본망에 구축된 장비와의 상호운영성, 호환성 확보 등의 이유를 들면서 사실상 국산 장비를 원천 배제하고 있다. 또 특정 외산 장비에 유리하게 사업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KT에서는 고객사 요구에 맞게 장비를 제안, 구축할 것이라는 방침을 KANI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에서는 “외산 장비만 요구하거나 제안요청서(RFP)에 특정 장비에 유리한 항목도 전혀 없고 암시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KANI는 “KT와 농협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오히려 외산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입장을 굳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여기서 나아가 KANI는 2.6GHz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인프라 구축 장비를 검토하고 있는 LG유플러스 사업에도 관여했다. 17일 LG유플러스에 협조공문과 함께 네트워크본부장 등과 면담을 진행하고, 화웨이 장비 도입 검토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KANI측은 “사이버보안에 위험성이 있는 중국기업의 장비 도입은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말기와 통신장비까지 확보하고 있는 화웨이 장비 도입은 국내 제조업체들을 고사시켜 국내 네트워크 산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화웨이가 LTE 선도시장인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스마트폰 분야 글로벌 경쟁력도 위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KANI의 공격 행보에 외산 통신장비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국산 장비업계의 주요 타도 대상이 되고 있는 시스코, 알카텔루슨트, 화웨이 등은 크게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KANI의 공세가 전방위로 확대되며 수위가 높아지면서,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모인 협회가 국내 산업을 보호, 활성화하기 위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금융사 등 기업과 통신사의 사업 활동에 개입해 공동 행동을 취하며 압박하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산 장비업계 관계자는 “국산 장비가 도입될만한 사업이 발생할 때마다 특정 장비에 유리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며 수요기관과 통신사를 지적하고, 국회까지 동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추정만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부풀리거나 유포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고 있어 곤혹스럽다. 하지만 역효과를 우려해 아무 대응도 할 수 없는 채 관망할 수밖에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협회가 특정 사업이 발생할 때마다 국산 장비가 도입되도록 주사를 놔주는 일보다 장비업체들과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만한 노력을 벌이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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