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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ICT 장비 산업 정책 속도 내야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공공기관·금융사에서 진행하는 굵직한 통신망 고도화 사업이 잇따르면서, 네트워크 장비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국민은행·농협, 지방경찰청 등 업체들이 오래 기다려온 네트워크 관련사업이 올 하반기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외산 장비 업체들은 물론이고 국산 장비 업체들도 액세스단 전송장비인 MSPP 등으로 이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절차 개시에 앞서 이들 사업에 국산 장비는 배제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에 어두운 기운이 감돈다.

국내 업체들은 국산 장비의 참여 기회가 원천 차단될 가능성에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사업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농협에 공문을 보내고 KT 기업고객부문 임원 등 관계자를 면담해 국산 장비를 적극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래부와 국회에도 사업 입찰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를 요구,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사업 입찰에서 최소한 외산 장비와 동등한 사업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농협처럼 공공성이 강한 금융사에서 국산 장비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분위기 반전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때 맞춰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저조한 국산 통신장비 사용률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공공기관의 국산 통신장비 외면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문제를 잇달아 지적했다.

노웅래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위 산하기관의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율은 8.4%(도입대수 기준)이며, 총 도입비용 315억6000만원 가운데 국산장비의 비중이 30억8600만원(9.8%)를 차지했다. 37개 산하기관 중 27개 기관은 국산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미래부 산하기관만의 문제가 아닌, 국산 장비 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드러내주는 수치다.

노웅래·남경필 의원은 통신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도록 미래창조과학부에 개선 노력을 강화해줄 것을 촉구했다. 조해진 의원은 특히 미국 등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중국과 같은 특정국가의 장비를 수입·입찰제안하는 조치를 언급하면서, 국가 안보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통신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문기 장관은 의원들에게 통신장비 국산화 계획을 얘기하면서 경쟁력을 강화에 노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래부는 두 달 전 ‘ICT 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놨다. 현재 이 전략을 본격 시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예산 배분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 특별법) 제정에 따라 국산 ICT 장비 사용률을 확대하고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만한 정책이 시행될 전망이다.

최근 입법예고된 이 법 시행령에는 공공기관에 의무화된 ICT 장비 수요예보와 구축 사업 계약현황 정보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이같은 조항은 국감에서 의원들이 지적했던 문제를 크게 해소하고 ICT 장비 산업 발전을 추동하는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때 늦은 감도 있지만, 법제도와 정부 정책이 같은 시점에 마련돼 처음 시행되는 것에 관련산업은 한 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사회 전반에 만연화돼 있는 국산 장비 사용 기피 현상이나 신뢰성이 낮다는 인식을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만큼, 정부가 수립한 정책을 이행하는데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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