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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와이브로 실패로만 봐야할까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옛날에 \'IT839\'라는 것이 있었다. 인프라를 강화하고 새로운 IT 서비스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IT 산업을 전체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10년 뒤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수 있는 성장동력을 주문했고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진대제씨가 내놓은 것이 바로 \'IT839\'였다.

옛날이라고 했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이다.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 그렇다면 당시 10년 후 우리나라 IT 산업을 먹여살릴 것으로 예상됐던 신규 서비스들의 위치는 어떨까.

\'IT839\'에서 숫자 8은 8대 신규 서비스를 의미한다. 와이브로, DMB,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RFID 활용, WCDMA, 지상파DMB, 인터넷전화가 주인공들이다. 당시 8대 서비스 중 삼각편대는 WCDMA, 와이브로, DMB를 꼽을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서비스는 단연 와이브로였다.

WCDMA는 시대의 흐름으로 당연히 준비해야 했던 서비스인 반면, 와이브로는 세계 통신시장 역사에 한국의 족적을 남길만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2004년 정통부의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 허가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와이브로는 가입자 945만, 18조원의 생산유발효과, 6.8조원의 수출유발 효과 및 7.5조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 와이브로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 가입자 100만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았다. 세계 시장에서도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형적인 장밋빛 전망, 블루스카이(blue sky) 사례다.

지상파DMB 역시 시장에서 퇴출된 위성DMB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우리 기술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던 기술의 현 위치는 국내시장에서 조차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조만간 시분할 이동통신 기술로 와이브로와 유사한 기술인 LTE-TDD 도입을 골자로 한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더 이상 와이브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살아날 희망이 없는 와이브로에만 몰입하다가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흐름에서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와이브로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기술의 실패로 볼 수는 없다. 정책과 사업전략의 실패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소극적인 사업자들의 선택, 음성서비스 도입 실기, 고가 요금제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여기에 GSM 계열의 거대 유럽 통신사들의 연합에 대응할 만한 세력을 갖추지 못한 것 역시 근본적인 실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비록 많은 노력과 투자에 비해 효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와이브로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다. 와이브로를 무조건 깍아내리기 보다는 기술개발, 상용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새로운 서비스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와이브로는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이 전세계 통신시장을 대상으로 벌인 쿠테타였다. CDMA, 와이브로, DMB, 초고속인터넷, 전자정부 등 다소 무모했던 우리만의 도전이 지금의 \'IT강국 코리아\'를 만들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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