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선도적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쇼 ‘IFA2013’은 삼성전자, LG전자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양사 모두 오는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 목표까지 남은 시간이 불과 1년 정도라 전 세계 생활가전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밝힐 전략에 귀추가 주목됐다.
하지만 IFA2013에서 이렇다 할 ‘깜짝’ 제휴나 제품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 공략을 위해 필수적인 빌트인의 경우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가구 업체 비앤비이탈리아(B&B Italia), 아크리니아(Arclinea)와 제휴를 맺은 것 정도가 전부다. 유통 관련으로는 두 업체 모두 ‘좋은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것 정도다.
흑색가전 대표주자인 TV는 상대적으로 이슈가 많았다. LG전자는 7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삼성전자는 곡면 울트라HD(UHD), UHD OLED TV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신선함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스마트TV 생태계 구축이나 UHD 콘텐츠 등은 여전히 상황이 지지부진하다.
◆긴장하는 유럽 업체=전반적으로 국내 업체의 생활가전 위상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은 좋은 신호다. 예컨대 지멘스, 보쉬 등 유럽의 주요 업체가 세탁기 문을 크게 만들거나 조작부 디자인을 큼직하게 디자인한 것을 꼽을 수 있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매년 IFA에 참가하고 있는 국내 업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은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곳보다 강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고 에너지 등급인 ‘A+++’를 뛰어넘는 냉장고나 세탁기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경쟁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꿔 말해 최저 전력소비량 등급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 이 정도로는 차별화 요소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물 사용량과 같은 부분은 유럽 업체보다 떨어지는 구석이 적지 않다. 한 번 사용한 물을 재활용하거나 세탁 시간을 늘려 A+++ -50% 에너지효율을 기록한 제품도 있다. 세탁 시간이 길어지고 세척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현지 사정과 세탁문화를 고려하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현재 스마트가전은 별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럽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국내 업체가 충분히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충분하다. 앞선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효율과 세탁 시간을 사용자가 선택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스마트가전 대중화시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대표(사장)은 3년, 조성진 사장은 확실한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고 언급한바 있다. 다만 어떤 형태의 플랫폼이 적용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레디’ 기능은 내년부터 활성화 가능성이 높다.
내년 중반부터는 와이파이, 근거리무선통신(NFC), 전력선인터넷, 지그비 등 어떤 형태의 통신 방식이 적용되더라도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생활가전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빌트인, 유통망 강화는 숙제로 남아=이번 IFA2013에서 삼성전자, LG전자는 흑색가전이나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를 제외한 백색가전에서 큰 임팩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냉장고, 진공청소기는 이미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많고 세탁기의 경우 현지 특화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이와 달리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 밀레는 국내 업체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태양광을 활용해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주방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과 연결해주는 친환경 에너지관리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유럽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독일은 원자력 대신 태양광, 지열, 풍력과 같은 대체에너지 발전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홈그라운드 업체인 밀레가 태양광을 생활가전과 연계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밀레앳(@)홈’이라는 스마트가전 플랫폼은 잠시 접어두고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 요구가 높다고 봐야 한다.
IFA2013에서 삼성전자, LG전자는 2015년 생활가전 1위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구체화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잔뜩 남았다. 특히 유통망 강화는 각 지역별로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빌트인도 마찬가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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