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애플 대비 콘텐츠 빈약…디자인은 우위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오랜만에 해외 업체가 국내에 모바일 기기를 출시했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태블릿Z’<사진>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피스’. 국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해외 업체는 애플을 제외하고 존재감을 잃은지 오래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 팬택 등과 겨루기에도 경쟁력이 떨어져서다. 휴대폰의 경우 모토로라모빌리티 HTC가 한국법인을 폐쇄했다. 소니 노키아 블랙베리는 개점휴업 상태다.
태블릿은 좀 다를까. 태블릿에 대한 기존 해외 업체 접근은 중저가 공략. 중국업체가 주를 이루다보니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에이수스의 ‘넥서스7’과 에이서의 ‘아이코니아탭’ 화웨이 ‘미디어패드’ 등이 이름을 내밀었다. 결과는 보는대로. 주변에서 사용자 찾기가 쉽지 않다. 태블릿도 스마트폰처럼 삼성전자와 애플의 세상이다. 삼성전자는 마케팅 애플은 충성도 등 제품 외적인 강점도 상당하다.
소니와 MS는 삼성전자와 애플과 정면승부를 택했다. 엑스페리아 태블릿Z 가격은 ▲16GB 59만9000원 ▲32GB 69만9000원이다. 서피스RT 가격은 ▲32GB 62만원 ▲64GB 74만원이다. 서피스 프로는 컨버터블PC와 같다. 가격은 64GB 110만원 128GB 122만원이다.
이들이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지금으로써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품 자체 완성도와 디자인 등은 경쟁 제품에 뒤지지 않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엑스페리아 태블릿Z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에서 글로벌 공개한 제품이다. 10.1인치 고화질(풀HD, 1920*1080) 디스플레이와 1.5GHz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장착했다.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 4.1버전(젤리빈)이다. 수심 1m 이내에서 30분 방수를 지원한다. 무게는 495g.
안드로이드 태블릿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는 할 일이 없어서다. 음악과 카메라는 스마트폰으로 충분하다. 태블릿만의 콘텐츠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충분하다. 엑스페리아 태블릿Z의 특징은 소니 TV와 연계한 콘텐츠 가이드 등 소니의 방대한 기기와 콘텐츠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것. 이것이 국내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소니의 다른 기기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은 점과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이유로 태블릿에서는 애플에 압도적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반 태블릿보다 S펜을 이용한 노트로 태블릿 주력 제품을 전환한 것도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다. 삼성전자는 콘텐츠 소비보다 콘텐츠 생산 쪽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또 개인(B2C)보다 기업(B2B)을 노리고 있다. 소니는 B2B에서 제품을 팔기에 인프라가 부족하다.
서비스RT는 10.1인치 고화질(HD, 1366*768) 디스플레이와 테그라3 AP를 채용했다. MS가 ARM계열 AP용으로 만든 OS ‘윈도RT’를 내장했다. 윈도8과 사용자환경(UI)은 비슷하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써야 한다. 무게는 680g.
윈도계열 태블릿의 장점은 PC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윈도RT는 PC용 윈도와는 다르다. 윈도RT용 앱은 쓸만한 것을 별로 찾기 힘들다. 안드로이드 태블릿보다 더 불편한 면이 없지 않다. 윈도가 주는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보니 뭔가 어정쩡하다. 더구나 이 제품은 작년 6월 발표된 제품. 후속 제품 등장이 멀지 않았다. 서피스 프로는 노트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윈도8 탑재 컨버터블PC를 여러 종 이용해본 경험에 비춰볼 때 그냥 노트북이 낫다.
양사 제품 모두 디자인은 매우 뛰어나다. 엑스페리아 태블릿Z는 하드웨어적으로는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1’에 빠지는 제품이 아니다. 무게는 더 가볍다. 방수는 소니만 된다. MS의 서피스 2종도 PC 제조사 제품보다 예쁘고 세련됐다. 하지만 여기까지.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는 예쁘다고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내용물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디자인도 보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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