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 앞서 국내 협의모델 점검 필요성 제기
- 전문가들 “정부, 민간 전문가 활용하고 목소리 내게 해야” 한 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국내에서도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넷 거버넌스란 정부, 민간, 시민단체 등 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해 인터넷의 발전과 이용활성화를 위한 원칙, 규범, 의사결정 절차 등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제2회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은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 위원장 박재천)가 주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했으며 이달 열리는 세계전기/정보통신기술정책포럼(WTPF) 본회의 이슈를 점검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포럼엔 정부 인사와 인터넷 거버넌스 관련 논의를 주도해온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향후 국내 인터넷 거버넌스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박재천 KIGA 위원장(인하대학교 교수)은 “해외에서는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가 강대국 사이에서 교조적인 갈등을 유발하고 대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우리 한국의 포지션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고민하고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방향을 찾아야겠다”고 포럼 개최 의미를 밝혔다.
◆‘인터넷 거버넌스’ 다자간협의모델(MSM)의 의미는=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르면 다자간협의모델(Multi-Stakeholder Model, MSM)은 정부, 기업, 시민사회 단체 등 각 주체가 동등한 권리와 함께 의사 결정권까지 가지고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이영음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MSM에 대해 “한 사람(주체)이 의견을 내고 동의를 구하는 게 아닌 각 주체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결정권까지 가지면서 논의에 참여하는 모델이 진정한 멀티스테이크홀더(MS)모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아이캔)는 MSM을 지향하지만 최종 결정권한은 미국 정부가 가진다. 물론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기업의 입김이 적지 않게 반영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최종 투표권을 정부만 가지는 상황이다. 시민사회 단체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윤정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는 “MSM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시민사회 단체를 강조한 MSM을 주장한다면 아랍권과 중앙아시아 등 국가들은 정부 중심의 MSM을 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 주체들이 받아들이는 MSM이 다르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한국의 상황에서 MS의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는 한국이 어떻게 국제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증대할 것인지 시민사회 단체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힘든 현실적 제약 속에서 MS의 지향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의 지적이다.
◆인터넷 거버넌스, 국내 MSM 현황은…전문가들 ‘쓴 소리’=이날 토론에서는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를 위한 국내 MSM 현황에 대해 전문가들의 쓴 소리가 이어졌다. 이제까지 민간이 배제된, 정부 주도의 논의가 있어왔다는 것이다.
이동만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원장은 민간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인터넷 거버넌스의 MSM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국내는 다자간 협의가 얘기 나오지만 구색을 맞춘 수준”이라며 “정부가 역할을 하는 것은 좋은데 다자간 모델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서서 봐 주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태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정부가 대표성을 갖지만 (인터넷이)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영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이기에 민간 부분의 참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민간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가 많다. 전문성 있는 인사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복남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MS는 다수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하는데 최종 의사결정은 항상 정부이고 정부가 다 바꿀 수 있는 구조”라며 “‘민간참여의 제도적 보장’을 결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간이 목소리를 내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은 정부가 통신망사업자와 정책 결정과정을 주로 협의해왔다”며 망중립성 이슈와 위헌 판결이 난 인터넷본인확인제 등을 예로 들면서 “엔드유저(최종 이용자)를 배제한 인터넷 관련 공공정책은 결국 뒤끝이 좋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 과장은 포럼 시작에 앞서 “최근 정치경제와 사회문화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인터넷이라는 인식과 함께 사이버보안 등이 공공정책으로 확장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인터넷 관련 정책이 과거 정부 주도로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포럼을 계기로 다양한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나선 최명식 미래부 인터넷정책과 사무관은 “인터넷 거버넌스에서 MSH(다자간협의모델)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 간 협력과 조정을 강화하고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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