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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법 바로보기] e디스커버리(e-Discovery)에 관해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우리나라 법원에서 소송을 하는 사람은 종이문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전자문서로 소송을 할 수 있다(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법원에서 작성한 조서도 전자문서로 보관돼 원고·피고가 전자적인 방법으로 열람할 수 있고, 상대방이 제출한 문서·법원이 작성한 재판서도 당사자는 전자적인 방법으로 열람할 수 있다. 또한 직접 송달을 받지 않고 전자적인 방법으로 송달받을 수 있으며, 전자문서를 열람·청취·시청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이미 전자문서가 소송실무 내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려는 e디스커버리(e-Discovery) 제도는 우리나라 법원이 실시하고 있는 전자소송보다 훨씬 더 앞선 것이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e디스커버리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기업과의 분쟁이 있는 경우를 대비해 이 제도를 알아둘 필요는 있고, 또한 향후 IT 산업발전과 소송실무의 신뢰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그 도입이 시급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e디스커버리를 논하기에 앞서 e디스커버리로 인해 이익을 본 기업과 손해를 본 기업을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0년, 램버스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메모리 간 데이터 교신 효율화 관련 특허 침해를 이유로 공격을 당했고 제1심에서 패소해 거액의 로얄티를 물게 됐다. 이후 항소심에서 하이닉스는 램버스의 특허 출원 당시 악의적이고 불법적인 이메일과 내부보고서 등의 증거 파기를 문제삼아 로얄티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게 됐다.

반면, 회사 내의 자동적인 이메일 삭제 기능을 이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삭제된 이메일을 제출하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고의적인 자료 파기가 아닌지 의심을 산 적이 있었다.

위 두 기업의 예에서 추측했겠지만, e디스커버리 제도란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과 관련된 모든 전자기록을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증거 수집 중에 이메일 등 전자기록을 누락하거나 삭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소송에서 매우 불리하게 된다. 이 제도는 이전에 있었던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를 이메일, 데이터베이스 등의 전자기록에까지 확장한 것으로서, 2007년 1월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개정으로 의무화됐다.

증거 숨기기에 급급하고 증거위변조를 대수롭게 생각지 않은 우리나라 소송 풍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확립된 제도로서, 소송에 처하게 된 당사자가 소송과 관련해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한 다음 이를 상대방에게 공개해야 하고, 만일 고의로 누락했다면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하고, 예기치 못한 공격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소송은 진실에 접근하는 제도이지 결코 게임이나 우연이 돼서는 아니된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설명한 e디스커버리라는 것은 증거의 개시 제도이지만, e디스커버리의 기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e디스커버리란 합리적인 기록관리를 통한 경영혁신, 내부조사를 통한 적절한 기업감시의 달성, 전자기록 통합 및 모니터링을 통한 정보보안의 극대화, 자료검색 편이를 통한 업무효율의 극대화, 문서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특허소송 등의 합리적 대비까지도 가능하게 해 준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공히 기록은 대부분 전자기록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일부러 통합해 관리하지 않는 한 각 직원의 PC나 노트북에 정리되지 않는 산재된 형태로 축적돼 있다. 하지만 e디스커버리 솔루션을 통해 중앙집중식으로 전자기록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분류하며, 검색의 편이성을 최대한 제공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e디스커버리를 단순히 증거개시를 준비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자기록의 합리적 관리를 통한 기업경영효율의 극대화, 소송 등의 합리적 대비방안 등으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e디스커버리는 변호사가 이용하는 시스템이므로, 단순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아카이빙해두는 것으로 만족한다든지, IT적으로 접근해 보관정책을 수립한다든지 하면 제대로 된 e디스커버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여러 가지 법적 요건을 고려해 보관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실제 소송을 고려해 유용한 소송데이터를 보관해야 할 것이며, 법원이나 상대방에게 현출할 것을 대비해 데이터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법의 영역과 IT 영역이 혼재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트너의 자료에 따르면, e디스커버리 솔루션 시장은 2008년까지 연 50% 이상의 고속 성장세를 보였으며 2009년 이후 연평균 21%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글로벌한 e디스커버리 시장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아직 시장은 법제화의 미비, 수요의 부족, 투자의 기피 등으로 인해 걸음마 단계에 있다. 법조의 글로벌화, 지식재산의 수호를 위해 e디스커버리 제도 및 e디스커버리 솔루션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hi@minwho.kr
<법률사무소 민후>www.minwho.kr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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