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기고] 렌탈 라이선스(Rental right license)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2-12-27 16:59:10
법률사무소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입니다. 한주 내내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는 사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성큼 다가와 있어 기분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PC방 업계에서는 1년 내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PC방 업주에 대한 윈도 운영체제(OS) 저작권 단속, 형사고소 때문에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거대 글로벌 기업과 영세상인 사이의 분쟁이기도 해 더욱 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 저작권 단속은 한국 MS와 PC방 사이에 체결된 라이선스 계약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오늘은 한국 MS와 PC방 업주 사이의 윈도 OS 라이선스 계약 형태, 특히 한국 MS가 주장하는 렌탈 라이선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OS를 비롯한 컴퓨터프로그램은 개인용, 기업용으로 분류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PC방, 호텔, 펜션, 공항 등의 경우처럼 제한된 장소이기는 하지만, 업주가 여러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운영하고, 한 대의 컴퓨터를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상황에서 그 내부에 장착된 컴퓨터프로그램은 개인용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고 기업용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때문에 PC방, 호텔, 펜션, 공항 등에 위치한 PC 등에 컴퓨터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실정에 맞는 특유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MS는 2003년경, 가정용(home edition) 윈도XP를 개조한 PC방용 윈도 XP 홈에디션을 PC방에 팔기 시작했고, PC방 업주들은 이 PC방용 윈도XP 홈에디션을 구입하면서 이전 버전인 윈도98과의 이별을 고했다.
시간이 흘러 MS사는 윈도7, 윈도8까지 지속적으로 윈도 OS를 업버젼했지만, PC방용 윈도XP 홈에디션을 채용한 PC방 업주들은, 신규 PC를 채용할 때에도, PC방 사업을 접고 보유하던 PC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때에도 여전히 예전의 윈도OS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한 것 같으며, 일부 PC방 업주들은 하나의 윈도 시디키(CD-Key)로 전체 PC를 적용한 것 같다. 현재 PC방용 윈도 XP 홈에디션은 판매가 중지된 상태로서, 업그레이드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에 불만을 가지게 된 한국MS는, PC방용 윈도XP 홈에디션은 기본적으로 가정용이므로 PC방이 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면 렌탈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는 점, PC를 사고팔 때에는 OS에 대해 라이선스를 새로이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 하나의 윈도 시디키로 전체 PC에 적용하고 윈도 OS CD만 보유하는 것은 저작권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이러한 내용으로 일부 PC방 업주들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참고로 PC방 업주들이 한국MS로부터 윈도 프로그램에 관해 적법한 라이선스를 받는 방법을 열거하건대, 새로운 PC에 윈도 OS를 깔고 싶은 사람은,
1) PC 제조업체가 MS로부터 일괄해 OEM 라이선스(메이커 PC의 경우) 또는 DSP 라이선스(조립 PC의 경우, COEM 라이선스라고 부르기도 함)를 받은 PC를 구입한다.
2) PC방 업주 등의 일반 소매점들이 개별적으로 CD 등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받는 FPP(풀패키지 소매제품, Full Package Product) 라이선스 방식을 취한다.
3) 불법 해적판 OS가 깔린 기존 PC를 정품화시키려면, GGWA(Get Genuine Windows Agreement)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고, 특히 여러 대의 PC를 보유한 업주라면 제품라이선스(product license) 방식이 아닌 볼륨라이선스(volume license)를 취득해야만 리이미징을 통해 하나의 윈도 표준 이미지를 여러 대의 PC에 복사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PC방처럼 여러 고객이 PC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렌탈 라이선스(rental right license)를 취득해야 한다.
PC 내의 윈도 OS가 여러 가지 사유로 불법적인 OS가 된 PC방 업주는 적법화를 위해서, GGWA 라이선스 + 볼륨 라이선스 + 렌탈 라이선스를 취득해야만 하게 됐다. 여기에 가상 데스크탑까지 활용하려면 SA(software assurance) 라이선스까지 취득해야 한다.
렌탈 라이선스에 대해 좀 더 살펴보면, 렌탈 라이선스란 프로그램의 라이선스 보유자가 프로그램이 포함된 PC를 제3자에게 대여 또는 임대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 라이선스 계약은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환경에서 필수적인 라이선스 정책이 될 것인바, 하드웨어의 소유주와 소프트웨어의 소유주를 분리해 가는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PC의 점유자는 그 PC에 설치된 모든 소프트웨어를 제한 없이 접근 사용했으나, 앞으로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PC는 단말기에 불과하게 되며, PC의 점유와 무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계정마다 별도로 정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렌탈 라이선스가 PC방 업주나 여러 소비자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PC와 소프트웨어를 아직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이며, 국민 대다수가 소프트웨어는 PC에 딸려오는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렌탈 라이선스에 대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 OS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MS가 영세한 PC방에 대해 무리하게 렌탈 라이선스를 소급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독과점 업체의 불공정 거래행위라는 비판이 있어,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개입이 예상되기도 한다.
한국MS의 PC방에 대한 저작권 공격은 PC방 업주들의 리눅스 등 오픈소스 OS으로의 이전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향후 같은 유형의 호텔, 여관, 공항, 펜션 등의 2차 저작권 공격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컴퓨터프로그램, 특히 OS 저작권에 대한 인식 전환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장점도 부정하지 못한다. 다만 상대가 열악한 PC방 업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공격이나 강력한 형사고소보다는 계도나 자발적 적법화가 우선적으로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hi@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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